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 기자] 위력은 여전하다. 패턴이 단순하다는 건 사실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시즌 개막 후에는 달라진다. 시범경기 때부터 가진 걸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래도 눈에 띄는 게 있다. 못 보던 궤적이다.
KIA 1선발 제임스 네일이 14일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 타선을 상대로 4이닝을 버텼고, 63개를 던졌다. 안타 5개로 3점을 내줬고, 몸에 맞는 볼 포함 4사구 3개와 삼진 3개씩 기록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투심 패스트볼).

손에서 빠지는 공도 더러 있고 왼쪽 어깨가 벌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구위, 변화구 각도, 볼 움직임 등은 지난해 봤던 모습 그대로. 투구수를 늘리고, 기온이 더 오르면 ‘제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풍겼다.
눈에 띈 건 평소 던지는 구종과 반대 궤적으로 날아드는 오프스피드 피치였다. 체인지업 같은데 낙폭이 포크볼처럼 컸다. 최고구속이 시속 141㎞까지 측정돼 눈길을 끌었다.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던지는 ‘고속 스플리터’로 보기에는 꺾임과 낙폭 모두 커보였다.

1회말 무사 2루에서 두산 김재환에게 던진 공은 ‘완벽한 체인지업’처럼 보였다. 비록 볼판정을 받았지만, 속구와 같은 피치터널에서 스르륵 가라앉았다. 네일이 체인지업을 던졌나 싶을만큼 구속(138㎞)이나 떨어지는 타이밍 등이 좋았다.
이날 던진 63개 중 체인지업은 7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거나 타자 방망이에 닿은 공은 4개에 불과했지만, 스위퍼 말고도 ‘떨어지는 공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KIA 관계자는 “네일 스스로가 오프스피드 피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 스프링캠프 때 집중 연마했다”고 귀띔했다. 마치 너클커브를 던지듯 중지로 공을 찍은 독특한 그립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킥 체인지업’으로 부른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생소한 구종이다.
이론상으론 중지에 들어가는 힘이나 누르는 타이밍에 따라 구속과 회전, 낙폭 등이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위퍼에 대응하기도 벅찬 타자들이 또 하나를 머릿속에 그려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물론 구종 추가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구종 하나를 추가하면 타자를 요리할 레시피는 10가지가량 늘어난다. 선택지가 많은 게 꼭 좋은 것은 또 아니어서, 뭇매를 맞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날 확인한 네일표 체인지업은 철저히 ‘보여주는 공’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듯하다. ‘체인지업도 던진다’는 인식만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피치디자인에 따라 단순한 1선발에서 빅게임 피처이자 에이스 칭호를 받을 수도 있다. 챔피언이 더 강해진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