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넘기 어려운 ‘벽’이 있었다. 여자농구인데 유독 여자 감독이 없다. 2024~2025시즌 ‘새 역사’가 나왔다. 부산 BNK 썸 박정은(48) 감독이 주인공이다. 편견을 격파하고 정상에 섰다.
BNK는 2024~2025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품었다. 우리은행을 만나 시리즈 전적 3전 전승으로 끝냈다. 2년 전 챔프전에서 0승3패로 물러났다. 부산에서 우리은행 우승을 바라만 봤다. 이번에는 홈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복수 성공이다.
박 감독은 2021년 3월 ‘꼴찌’ BNK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WKBL 역대 세 번째 여성 감독이다. 앞서 이옥자(KDB생명)-유영주(BNK) 감독이 있었다. 특히 유영주 감독은 박 감독 전임자다.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성과를 냈다. 첫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다음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까지 갔다. 2023~2024시즌 최하위로 처졌으나, 2024~2025시즌 최고가 됐다.
24일 스포츠서울과 통화가 닿은 박 감독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선수 때 우승한 것과 또 다르다”며 웃은 후 “초보 감독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다. BNK를 바꾸고 싶었다. 선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초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여성 감독’이 됐다. “그 부분이 가장 뿌듯하다. 보여주고 싶었다.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담감을 안고 달려왔다. 조금은 인정을 받는 것 같고,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안도감이 든다”며 웃었다.
또한 “챔피언은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고, 주변에서 계속 겁을 준다. 우승팀이기에 타깃이 될 것이라고 하더라. 잘하고 싶다. 새 시즌 들어가면 다시 피가 마를 것 같다”며 재차 웃음을 보였다.

2025~2026시즌은 또 다른 ‘최초’가 기다린다. WKBL 역사상 여성 감독 2명이 나선다. 신한은행이 최윤아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박정은 감독이 성과를 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박 감독은 “최윤아 감독 연락을 받았다. 여성 감독이 한 명 더 늘었다는 점이 가장 좋다. 항상 바라던 일이다. 현실이 됐다. 정말 기쁘다. 리그에서 감독으로 경쟁할 수 있어 기쁘다. 같이 리그 잘 만들어보자는 얘기 전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이 성별 외에 다른 사령탑과 ‘다른 점’이 또 있다. 과거부터 WKBL 중계를 보면 감독이 ‘화’가 많이 난 것을 알 수 있다. 전보다 나아지기는 했다. 그래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박 감독은 다르다. 작전시간에 선수들에게 조곤조곤 설명한다. ‘호통’이 없다. “내가 선수 때 그렇게 배웠다. 은사님들이 이성적으로 대해주셨다. 나도 훈련 때는 혼도 내고 그런다. 경기 때는 그러면 안 된다. 차분하게 얘기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돌아봤다.
단순한 성별 차이를 넘어, 이전 지도자들과 뭔가 다른 감독이다. 우승이라는 성과까지 냈다. WKBL ‘흐름’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기시즌 또 어떤 모습을 보일까. 더 많은 여성 감독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은 확실히 쌓았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