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우리 영화가 ‘미키17’보다 재밌어요.”

이혜영의 발언에 배우, 감독 모두 뒤집어졌다. 김성철은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 ‘빵’ 터진 민규동 감독은 마이크를 들지 않은 왼손 주먹으로 이마를 짚으며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혜영은 2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파과’ 제작보고회에서 “베를린영화제에서 첫날에 영화 시사를 했다. 나가는 사람 한 명도 없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때 마침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17’도 봤다. 영어 대사에 독일어 자막이 어려워 한국에 와서 다시 봤다. 우리 영화가 ‘미키17’보다 재밌다”며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 ‘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민규동 감독이 만든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 작품이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 감독은 “ 노화와 인생에 관한 성찰이 담겨있다는 외신 평을 봤다. 부족한 면도 많을 것이고, 한국적인 뉘앙스를 이해하기 어려울 건데 영화를 읽어주는 맥락을 보고 다행스럽고 고맙다고 생각했다”며 “오락영화로서의 장르적 쾌감을 가져가고, 영화가 끝났을 때 누군가의 뒷모습이 잊히지 않고 길게 남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혜영은 “민 감독을 만나 이런 도전을 해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민 감독 영화가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며 “액션이라는 장르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영화제에서) 본 사람들은 좋다고 얘기했다.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떨린다”고 소감을 표했다.

김성철 역시 “베를린영화제 3000명이 콘서트홀 개석을 가득 메웠다. 초대형 스크린에서 외국인밖에 없는 곳에서 함께 보는 신선한 경험을 했다”며 “거기 계셨던 관객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희를 보더라. 한국영화로서 약간의 자부심도 느꼈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주연 이혜영, 김성철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혜영의 ‘얼굴’이 이번 영화에 서스펜스를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민 감독은 “이번 영화가 보기 드문 역할을 소화해야 했다. 고전영화의 아우라를 가진 분이 텍스트를 넘어서는 영화적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영화 인물을 구현한 것처럼 떨림, 강함 등이 있었다.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갖고 있는 에너지와 아우라가 녹아들고 관객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 감독은 김성철을 캐스팅에 대해 “김성철이 출연한 뮤지컬을 보면서 환호했다. 무대 위에서 펼치는 퍼포먼스가 대단했다”며 “영화 속 투우는 조각과 어울리면서도 불편하게 한다. 언제든지 물어버릴 거 같은 강아지인데 예쁘기도 하고 복합적인 이미지가 필요했다.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보지 못한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영화 ‘파과’는 5월 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