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K리그1 개막 이후 7경기에서 6골. 도움 1개까지 포함하면 경기당 공격포인트 1개씩. ‘만 35세’ 베테랑 스트라이커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다.
득점왕을 두 번(2021·2023) 한 적이 있으나 초반 이정도 득점 레이스를 펼친 적은 없다. ‘만추가경’의 아이콘답게 선수 황혼기에도 한 단계 진화하는 주민규다.
그는 지난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 K리그1 18라운드 조기 경기에서 팀이 2-2로 맞선 후반 11분 구텍 대신 교체 투입됐다. 7분 뒤 울산 문전에서 정재희가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절묘하게 제어한 뒤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까지 몸담은 친정팀 울산 골문을 저격한 주민규는 골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주민규의 골로 대전은 3-2 승리하며 5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리그 선두(승점 16·5승1무1패)를 유지했다.
대전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 3월 A대표팀 임시 사령탑 때 주민규를 발탁, 그에게 첫 태극마크를 안긴 인연이 있다. 이번시즌을 앞두고 주민규에게 러브콜을 보냈는데, 그 역시 황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35세 나이에 새 도전을 선택했다.


운명처럼 ‘윈·윈’ 행보다. 황 감독은 ‘지금의 주민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명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한 황 감독은 만 34세 나이에 출전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폴란드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결승골을 기록,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사상 첫승을 따내는 데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첫승 기운을 바탕으로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영광의 순간을 품으며 해피엔딩으로 유니폼을 벗은 황 감독도 그전까지 부상, 부진 등 여러 굴곡이 따랐다.
주민규도 늘 좋은 순간만 따른 게 아니다. 2년 전까지 A대표팀을 이끈 외인 사령탑은 그의 경기 스타일과 나이 등을 이유로 외면했다. 세대교체에 나선 울산도 주민규와 이별을 선택했다.
황 감독은 자신의 마지막 대표팀 시절 나이와 비슷한 주민규의 가치를 눈여겨봤다. 그리고 진심 어린 소통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울산전도 마찬가지다. 주민규를 교체 명단에 두고 구텍을 선발로 내세웠다. 황 감독은 “사실 스트라이커는 득점 흐름을 이어줘야 한다. A매치 이후 주민규를 선발로 투입 안 해 끊겼는데, 미팅을 통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울산과 지난 2라운드 0-2 패배를 분석한 뒤 이날 강한 일대일 싸움을 주문했다. 구텍 카드가 주효하리라고 봤다. 또 5월 코리아컵을 포함해 8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주민규 홀로 책임지다가 탈이 날 것을 우려했다. 백업 자원인 구텍의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했다.
제대로 적중했다. 구텍은 전방과 2선을 오가며 강하게 울산을 몰아세웠다. 주민규는 교체로 들어가 ‘원샷원킬’ 결정력으로 팀 승리를 이끌며 골 감각도 유지했다.
주민규는 “감독께서 (출전) 시간이나 전술 등을 디테일하게 짜셔서 난 그저 따라가고만 있다”며 “오늘도 감독께서 내 흐름을 살려야 하는 데 시간을 분배하는 것이니 (선발에서 빠졌다고) 걱정하지 말라시더라. 늘 믿어주신다. 덕분에 조급함 없이 감독께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골을 많이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신뢰까지 쌓이면서 주민규와 대전은 동반 비상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