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박병은에게 설경구는 늘 닿기 어려운 이상이다. 오랜 시간 설경구라는 이름을 가슴 깊이 품은 채 연기를 배웠고 삶을 견뎠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오디션장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박병은은 자유 연기 오디션에서 늘 영화 ‘박하사탕’의 장면을 꺼내 들었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대사가 가슴에 박혔기 때문이다. 당시 그의 눈에 비친 설경구는 감정을 가장 순도 높게 연기로 전환할 줄 아는 배우였다.

이때부터 막연한 동경을 넘어 설경구와 같은 프레임에 들어가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현실이 됐다.

박병은은 그 순간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 촬영 현장이다. 그곳에서 그는 평생 동경해온 배우 설경구와 두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스포츠서울과 만난 박병은은 “대사를 주고 받고 같이 연기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다.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 선배와) 한 프레임에 선 순간 머리가 띵했다. 진짜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너무 행복했고 너무 설렜다”며 웃어 보였다.

‘하이퍼나이프’에 출연을 결정하게 만든 결정적 이유도 바로 설경구라는 이름이었다. 박병은은 설경구가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물론 ‘하이퍼나이프’ 대본이 지닌 매력도 컸다. 인간관계의 밀도, 내면의 균열과 충돌, 그리고 그 안에서의 화해를 섬세하게 그려낸 극본은 배우로서 탐험하고 싶은 세계였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선과 숨 막히는 전개 구조는 단순한 메디컬 스릴러를 넘어 인간 사이의 윤리와 신념을 질문하는 작품이었다.

박병은은 “인물들이 각자의 진심으로 충돌하고, 그 안에서 이해를 구하려는 시선이 좋았다.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 인물과 함께 숨 쉬고 있더라. 무엇보다 설경구 선배께 연기를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박병은이 설경구에게 존경심을 느낀 건 연기력만이 아니다. 그는 설경구의 철저한 자기 관리에 깊이 감명받았다.

박병은은 “아침 7시 촬영이면 새벽 4시에 일어나 줄넘기를 하셨다. 촬영장에 부은 얼굴로 가는 걸 정말 싫어하시더라. 이 루틴이 무려 ‘오아시스’ 때부터라니, 정말 존경스러웠다. 배우로서 더 단단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병은은 “언젠가 설경구 선배님과 브로맨스를 그리는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한 프레임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 됐는데, 서로의 감정을 밀도 높게 주고받는 캐릭터라면 더없이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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