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데뷔하고 처음으로 오늘 댄스곡 춰봐요. 가슴이 터질 거 같고, 다리가 후들후들하네요. 앞이 하얗게 보여요. 이 춤 추려고 링거 맞으면서 두 달 동안 연습했어요. 노래 부르는 거보다 더 힘들어요.”

가수 송가인(38)의 얼굴은 잔뜩 상기됐다.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반대로 춤사위가 펼쳐질 때마다 팬들 환호성은 커졌다. 19일 오후 6시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에서 열린 팬미팅 ‘평생-더(The) 차오르다’에선 송가인의 새로운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만큼은 ‘송제니’였다. “천진난만 청순가련 새침한 척 이젠 지쳐 나 귀찮아”라며 제니의 ‘솔로’(2018)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노래할 때도 좌우 30㎝만 움직이는 송가인이기에 이날 댄스는 귀하디귀했다.

춤을 춘 뒤 쑥스러운 나머지 눈을 질끈 감았다. 앙코르 요청이 나오자, 송가인은 “한 번 더해요?”라고 물은 뒤 “자신감 있게 못 했어”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다시 무대 위에 섰다. 댄서들도 좌우 정렬을 한 뒤 MC 호응에 맞춰 처음 보는 무대인 것처럼 꾸렸다.

사실 박자가 조금씩 밀려 춤을 추기도 했다. “댄스가 아니라 율동”이라며 웃은 송가인은 “왜 1절만 하고 안 하냐고 하실 건데, 이게 최선”이라고 특유의 미소로 화답했다.

2년 4개월 만에 개최한 팬미팅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정시에 시작하지 못했다. 공연을 앞두고 내린 소나기, 천둥과 번개로 인해 조명이 나가는 사고가 있었다. 예정보다 약 23분 늦게 시작됐으나,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늦은 만큼 더 달리겠다”는 송가인의 말에 분홍색으로 옷을 갖춰 입은 팬클럽 어게인(AGAIN)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송가인이 직접 디자인해 첫선을 보인 핑크색 응원봉은 흩날리는 벚꽃잎처럼 객석을 수놓았다.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온 한 팬은 “제 딸하고 비슷한 나이다. 우리 가수님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집에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며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편지에 벚꽃을 달아 선물한 팬에게 송가인은 즉석에서 벚꽃 캘리그래피를 그려 선물하며 훈훈한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 이거 당근(마켓)에다 팔면 안 돼요. 지켜볼 거야”라고 농을 치자 객석은 뒤집어졌다.

콘서트 못지않았다. 팬미팅 임에도 라이브 밴드와 함께 자신의 히트곡 ‘아사달’ ‘색동저고리’ 등을 연이어 부르며 가창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작정하고 준비했다”고 말한 게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공연 절정엔 이번 앨범 ‘가인;달’에 수록된 국민히트송 ‘평생’을 불렀다. ‘가인;달’은 역대 여성 트로트 가수 최다 초동 판매량(7일, 2만 1044장)을 기록한 바 있다.

‘평생’을 작사·작곡한 송가인의 공동 소속사 황정기 제이지스타 대표가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 대표는 “송가인과 이야기하다 5분 만에 만든 노래다. 팬송으로 만들었는데 송가인이 부르니 국민송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상대에게 말로 위로해 주는 곡을 만드는 게 평생의 목표였다. 이 노래를 많이 불러주길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 대표는 ‘미스트롯’ 시즌 1 전국투어 콘서트 연출을 하면서 송가인과 인연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