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르세라핌(LE SSERAFIM)이 지난 1년여의 시간을 돌아보며 눈물 쏟았다.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은 20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2025 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 IN INCHEON’을 개최했다. 2025년 월드투어의 기점인 이번 인천 콘서트는 지난 1년간 각종 루머와 논란에 휘말려야 했던 르세라핌이 팬들 앞에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이기도 했다.

멤버들의 심경은 콘서트 말미 앙코르 무대 때 나왔다. 먼저 카즈하는 팬덤 ‘피어나’를 향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아져서 편지를 준비했다”며 “첫 투어를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인생 첫 투어를 돌며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감동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앞에 계신 분들이 저희와 함께 시련을 겪어낸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그 소중함이 더 깊게 와닿았다”고 고백했다.

카즈하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피어나도 저희도 수많은 밤을 겪었다고 생각한다”며 “기쁜 마음으로 잠든 날도 있었고, 슬퍼서 눈물 흘리며 잠든 날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곁을 떠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시간을 함께 견디고 다시 눈앞에 나타나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홍은채는 “우리가 걷는 길이 매번 꽃길일 수는 없겠지만, 가시밭길이 있기 때문에 꽃길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늘 최선을 다하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팬들 앞에 다짐한 홍은채는 “힘들 때나 기쁠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기에 저도 피어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채원은 “저희가 벌써 3년차”라고 회상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김채원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항상 함께해 주시고, 위로해 준 피어나 덕분에 저희는 잘 버틸 수 있었다”며 “피어나도 잘 견뎌줘서, 피어나로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피어나와 르세라핌이 있으면 이겨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시간이었다”고 돌아보며 “저희의 모든 순간들이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더 단단해졌고, 앞으로도 더 잘해내고 싶다”고 자신들의 향후 여정도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허윤진은 지난해 역경을 겪던 시기, 소속사 직원과 나눴던 대화를 들려줬다. “통화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해요? 앞이 있기는 한 걸까요?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모르겠어요’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 당시 심경으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는 허윤진은 그러면서도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여전히 똑같더라.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허윤진은 “피어나에게도 작년이라는 시간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분명 고통스럽기도 했을 것”이라고 미안해하며 “1년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정말 힘들었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억울했다. 저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멘트를 이어가다 울컥한 허윤진은 “진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세요?”라고 물으며 “조개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그 고통을 견디는 시간 끝에 진주가 생긴다고 한다. 저도 그런 고통을 통해 제 안의 진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사랑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겼다. 피어나를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우리가 더 노력하고 발전해서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지난 1년을 버텼다”고 전했다.

허윤진은 지난 1년여의 시간을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더라”고 비유하며 “1년 전 제가 했던 질문 ‘뭐가 진짜예요?’에 대한 답은 이 공간에 다 있다. 우리의 열기, 추억, 열정, 진심 어린 언어까지, 이건 남들이 쉽게 뱉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어렵게 이루어낸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다 진짜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도 모두 진짜”라며 “언젠가는 함께 꼭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계속 나아가자. 1년 동안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사쿠라는 다시 한국에 와서 K팝 아이돌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펑펑 울었다. 사쿠라는 “그때는 멤버도 정해지지 않았고, 르세라핌이라는 팀명조차 없었다”며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지만 ‘마지막 아이돌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 그게 4년 전”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이렇게 르세라핌이 만들어지고, 피어나라는 팬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제게는 큰 행운”이라며 사쿠라는 지금껏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서 저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사쿠라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저를 빛나게 해준 건 팬 여러분이다.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끝으로 “제 마지막 아이돌이 르세라핌이라서 정말 다행이고, 이렇게 멋진 팀을 만나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