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킬링시저’의 이상주의자 ‘브루터스’ 역
‘엔젤스’ 이후 두 번째 연극 도전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 유승호가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서기 위해 다시 연극에 도전한다. 브라운관을 잠시 떠나 2회 연속 연극 무대에서 무게감을 실을 예정이다.
유승호는 30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킬링시저’ 연습실 프레스콜에서 지속 연기 변신에 도전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2023년 10월 드라마 ‘거래’ 이후 지난해 8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로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활동 소식을 전한 그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연극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팬들은 물론 업계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유승호의 차기작에 관심이 쏠렸다.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연극이었다. 지난 작품에서 무대 공포증을 겪으며 가슴앓이도 했지만, 연극에 대한 갈증이 여전했기에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26년 차 배우의 끊임없는 도전은 다른 배우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연극 선배·동료 배우들은 유승호에게 “잘했든 못 했든 무대에 다시 오르고 싶을 것”이라고 수없이 얘기했다. 그 역시 연극의 매력을 느꼈기에 무대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다.
유승호는 “‘엔젤스’에서 좋은 얘기를 많이 못 들었다. 부족했지만,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 건 나에게 있어 큰 도전이었다. 어려움투성이였다. 이기적일 수 있지만, 지나고 보니 양지원 배우와 같이 연기했던 순간들이 갑자기 그리웠다”고 전했다.

그를 무대로 다시 끌어들인 건 ‘엔젤스’에 함께 출연했던 양지원의 역할이 컸다. 그가 유승호에게 ‘킬링시저’를 제안했던 것. 유승호는 “한 번도 무대 경험 없는 배우가 무대에 올라가면 부족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양지원을 보면서 무대 위에서는 ‘저것’이구나 하고 명확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고민이 많았고 겁이 났지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마음이 잘 맞는 형들이 있어 기회가 왔을 때 한 번 더 도전해보자고 다짐했다”며 “코러스 배우들이 정말 베테랑들이다. 마음가짐과 감정, 무대 위 기술 등 뭐가 뭔지 몰라도 닥치는 대로 따라가려고 한다. 부디 ‘킬링시저’ 무대에서 발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극 중 유승호가 연기하는 ‘브루터스’는 공화국의 이상을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딜레마 속 갈등하는 이상주의자다. ‘시저’를 처단하려고 하지만, 마지막 순간 연민과 오랜 우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이다.
연습을 거듭하면서 캐릭터에 점점 스며들었다. 유승호는 “정확하게 몸이 왜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내 안에 무언가 계속 도전하고 벽을 깨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계속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달리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좌석 수가 아닌 오로지 무대의 힘이다.
유승호는 “엄청 큰 극장에서만 하겠다는 생각은 절대 없다. 좀 더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하면서 연기하면 우리의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며 “주제가 무거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김정 연출님의 스타일 대로 배우들의 몸 형태로 대신 말해준다. 관객 입장에서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고려했으니 많이 보러와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줄리어스 시저’를 완벽하게 재해석한 ‘킬링시저’는 유승호를 비롯해 김준호, 손호준, 양지원의 무대로 오는 5월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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