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상부상조. 감독 형님을 위해 배우 동생이 나섰다. 함께라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감독 형님-배우 동생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 영웅 Class 2’가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왔다. 벽산고에서 은장고로 배경을 넓히며 새로운 등장인물들도 대거 투입됐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유수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앞서 웨이브 시리즈 ‘약한 영웅 Class 1’ 엔딩에선 전학생 연시은(박지훈 분)을 괴롭히는 일진 최효만(유수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 시즌 2에선 최효만이 본격적으로 등장, 연시은과 갈등을 빚었다.
배우 유수빈은 지질한 일진 최효만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을 톡톡히 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 서준태(최민영 분)를 악랄하게 괴롭히면서도, 권력자 박후민(려운 분)에겐 쩔쩔매는 ‘강약약강’의 표본을 보여줬다.
절대악도 아닌, 그렇다고 선하다고 볼 수 없는 애매한 포지션인데다 오묘한 성장서사도 있다. 그저 미워서도 안되고 마냥 유쾌해서도 안 되는 긴장감이 필요하다. 난제를 풀어낸 건 실력파 유수빈이다.
친형이자 ‘약한 영웅’ 시리즈 연출을 맡은 유수민 감독이 버팀목이 됐다. 앞서 진행된 ‘약한 영웅 Class 2’ 제작발표회에서 유수빈은 “오직 최효만이 가질 수 있는 야비한 감성, 그러면서도 밉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친형제인만큼, 캐릭터 아이디어 역시 잘 통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유수빈은 해당 배역을 몇 차례 고사한 바 있다. 30대의 나이에 교복을 입는다는 부담감 탓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에서 유수빈을 눈여겨 본 한준희 감독의 설득이 있었다. 더불어 친형 유수민 감독을 위해 용기를 냈다. 덕분에 유수빈은 강렬한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배우 엄태구 역시 친형 엄태화 감독을 지원사격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엔딩 장면에선 엄태구가 노숙자 역할로 우정 출연했다. 당시 엄태구는 황궁 아파트 밖 생존자를 연기하며 짧은 장면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엄태화 감독은 해당 역할을 두고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가 필요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해당 자리에 엄태화 감독은 동생 엄태구를 ‘픽’했다. 이로써 엄 형제는 영화 ‘잉투기(2013)’, ‘가려진 시간(2016)’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류승완-류승범 형제는 이미 유명인사다. 류승범은 형 류승완 감독의 연출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제작비가 부족했던 류승완 감독이 동생 류승완을 캐스팅한 것이 ‘스타 형제’의 시작이다. 이를 시작으로 류 형제는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 ‘베를린’ 등 총 8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형 류승완 감독에 의해 발굴된 류승범은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형의 작품 외에도 ‘복수는 나의 것’ ‘품행 제로’ ‘타짜: 원 아이드 잭’ 등에 출연했다. 류승완 감독도 ‘베테랑’ 시리즈를 비롯해 ‘모가디슈’ ‘밀수’ 등의 성공을 거뒀다. 한국 영화계에선 류 형제를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감독 형이 끌고, 배우 동생이 민다. 서로에게 있어 ‘윈-윈’이 된다. 류승완-류승범, 엄태화-엄태구, 그리고 유수민-유수빈이 등장했다. 향후 이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도 글로벌로 향하는 K-콘텐츠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