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겸 제작자 마동석의 작품에 그림자가 생겼다. 어느 작품을 봐도 같은 색채가 묻어난다는 것. 아무리 장르를 뒤섞어도 ‘범죄도시’가 묻어있다. ‘또동석’이란 밈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에는 지겹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신작 ‘거룩한 밤: 데몬헌터스’(이하 ‘거룩한 밤’)는 영화판 성공 공식으로 꼽히는 마동석의 주먹 액션에 ‘오컬트’가 붙었다. “귀신 잡는 마동석”이란 문구 덕에 기대감이 컸다. 뚜껑을 열자 기시감만 느껴졌다.
‘거룩한 밤’은 악마를 숭배하는 집단에 맞서 싸우는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회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리 퇴마사 바우(마동석), 영적 퇴마사 샤론(서현), 잡일 담당 김실장(이다윗)이 악의 무리와 맞붙는 오컬트 액션 장르다.
신선할 거라 기대했지만, 익숙한 주먹 액션일 뿐이다. 특유의 말장난도 반복된다. 저절로 ‘범죄도시’가 떠오른다. 덕분에 공포는 반감이 됐다. 배우 정지소의 열연으로 제법 호러물의 느낌이 나려고 하면, 김이 새는 장면이 따라붙는다.
은서(정지소 분)가 빙의로 온 몸이 얼어붙는 순간, 바우가 ‘두꺼운 것’을 찾는 대목이 그 예다. “두꺼운 것을 찾으라”고 하자 김실장은 냄비 뚜껑을 가져왔다. ‘두꺼운 것’을 ‘뚜껑’이라 듣는 말장난이다. 웃기지도 않을 뿐더러 긴장감만 깼다. 객석에선 탄식과 조소가 교차했다. 이외에도 적지 않다.
여기에 후속편을 염두에 둔 전개도 아쉽다. ‘거룩한 밤’은 지난해 10월부터 ‘거룩한 밤 더 제로’라는 제목의 프리퀄 웹툰을 연재 중이다. 세계관이 탄탄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영화다. ‘거룩한 밤’은 후속편을 위한 초석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스핀오프라도 작품의 기승전결이 분명해야 한다. ‘거룩한 밤’은 후속편을 빌미로 관객들과 ‘밀당’을 한 느낌이다. 풀리지 않은 서사와 빌런에 대한 ‘떡밥’만 가득하다.

익숙함은 곧 진부함으로 연결된다. 글로벌을 장악하는 K-콘텐츠 덕에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겐 빠르게 잊혀진다. 실제 결과가 부실하다. ‘거룩한 밤’은 11일 기준 누적 관객수 71만1413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약 200만명은 아직 먼 숫자다.
시작만 좋았다. 개봉일만 박스오피스 1위다. ‘일일 천하’였다. 하루 만에 ‘야당’에 다시 정상을 넘겨줬다. 개봉 3일 만에 일일 관객수는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경쟁작에도 밀렸다.
같은 날 개봉한 ‘파과’는 개봉 당일 좌석판매율 15.8%로 출발해 황금연휴 마지막날인 6일 기준 25.1%까지 치솟았다. 반면 ‘거룩한 밤’은 22.6%에서 16.5%로 반대 곡선을 그렸다.
실시간 예매율에선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실시간 예매율에선 2.1%로 9위까지 밀려났다. 경쟁작 ‘야당’은 9.8%로 2위, ‘파과’는 8.4%로 3위다.

마동석하면 떠오르는 영화의 패턴이 관객들에게 읽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넷플릭스 ‘황야’에서 경험한 바 있다. 국내에서 혹평이 거셌다. 성공을 거듭한 마동석의 이름값에 기댄 안일한 기획이 가져온 부실공사라는 게 중론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마동석이 제작하는 영화가 비슷한 패턴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일각에선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마동석은 ‘범죄도시’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다. ‘트리플 천만’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거룩한 밤’ 역시 시리즈화를 꿈꿨다. 첫 단추도 꼬였고, 끝매듭도 엉성하다. 게으른 기획이다. 마동석의 이름에 균열이 생겼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