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비명 속 美 창조 “공연장 찾는 이유”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김정 연출이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연극계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셰익스피어의 명장 ‘줄리어스 시저’를 무대에 올린 것. 그만의 섬세한 감각과 해석을 담아 연극 ‘킬링시저’로 재조명한다.
김정 연출은 1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강홀 대극장에서 열린 ‘킬링시저’ 프레스콜에서 작품 탄생 배경과 관람 포인트를 소개했다.
‘킬링시저’는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시저’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킨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고발한다.
강렬하고 몰입도 높은 무대를 끌어낸 김정 연출은 “더 늦기 전에 한국의 비극적 작품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띄었다.
작품은 고전의 고증이 아닌 이상과 현실, 우정과 배신,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드라마를 과감하게 표출한다. 무대는 죽음의 핏빛과 냉혈한 푸른빛으로 장식됐다. 방패 없이 날카롭게 심장을 베는 창과 질투에 눈먼 이를 심판하는 분노의 신이 칼바람을 휘몰아친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 배우들의 강렬한 눈빛에서 두려움도 느껴진다. 그래서 상대를 공격할 때 공포감이 극도로 고조된다.
하지만 이들의 몸짓이 마치 부드러운 선의 연장선같이 아름답다. 이에 대해 김정 연출은 “비극에 동반되는 건 무대에 오른 모든 인물의 부정적인 빛깔을 구조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끔찍함에 아름다운 구도가 있어야 그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가진 연출가로서의 이념 또한 작용했다. 김정 연출은 “이야기가 소재에 올라탔다고 해서 그저 내뱉다 끝나는 건 아니다. 끔찍함만 재현하는 것도 아니다. 저 인간이 아름답게 죽고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연출적인 요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상황과 상반된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 시대의 자극적 소스를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어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온 이유가 다른 장르와 다른 점”이라며 “수준 높게 보여주고 싶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로마의 절대적 지도자지만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 암살 당하는 ‘시저’ 역 김준원과 손호준, 정치적 야망과 공화국 수호의 명분 속에서 갈등하는 ‘카시우스/안토니우스’ 역 양지원, 공화국의 이상을 위해 친구를 배신하는 딜레마 속에 갈등하는 이상주의자 ‘브루터스’ 역 유승호가 출연하는 ‘킬링시저’는 오는 7월20일까지 서강대 연강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