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는 유승호가 지피고, 판은 양지원이 깔고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영화·드라마에서 굵직한 연기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들이 이번엔 연극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배우 손호준, 양지원, 유승호는 연극 ‘킬링 시저’에서 다시 한번 뭉쳤다. 앞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호흡을 맞췄던 세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판은 양지원이 짰다.
양지원은 1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강홀 대극장에서 열린 ‘킬링 시저’ 프레스콜에서 세 배우가 두 작품 연속 출연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세 배우 모두 한 번 더 같이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었던 마음은 같았다. 이때 불씨를 지핀 건 유승호였고, 이를 적극 추진한 건 양지원이었다.
양지원은 “(유)승호가 ‘엔젤스 인 아메리카’ 후에 ‘죽어도 다신 (연극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연극 무대가) 그립다. 진심으로 뜨겁게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세 배우가 뭉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방법을 찾으려 고민할 때 그의 머릿속에 오세혁 작가가 번개처럼 스쳤다. 양지원은 “오세혁 작가님 생각이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그래서 작가님에게 전화했는데 안 받더라. 나중에 보이스톡으로 연락이 왔는데, 중국에 있다고 했다”며 잠시 답답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더딜 뻔했던 시간은 정반대로 초고속으로 이어졌다. 양지원은 “작가님에게 ‘여기 뜨거운 배우들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자 작가님이 ‘뜨겁게 모인 배우들이라니’라며 ‘뜨거운 연출이 한 분 계신다’며 그분의 공연을 보라고 소개했다. 그분이 바로 김정 연출가님이시다”고 운을 띄었다.
당시 김정 연출은 연극 ‘붉은웃음’의 선봉장이었다. 양지원은 지체없이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객석 맨 뒤에 앉았는데, 통로 옆에 노트를 작성하고 앉아있는 김정 연출가님을 발견했다. 누가 봐도 연출이었다”며 “공연 보는 순간 이분이랑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아는 척하진 말자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공연 후 곧장 유승호에게 전화를 걸어 ‘붉은웃음’을 소개했다. 공연을 본 유승호 역시 “형, 미쳤는데요”라는 반응이었다.
김정 연출에게 완전히 매료된 두 배우에 의해 바로 작업이 시작됐다. 김정 연출은 “상업극 경험이 없어 잘 모르는 상태였다. 오세혁 작가에게 들은 한두 가지 때문에 진행하게 됐다. 유명 배우들인데, 원 캐스트로 딱 3개월만 연습하고 싶다고 했다”며 “뜨거운 작품을 찾던 중 ‘셰익스피어의 명작 ’줄리어스 시저‘를 떠올렸다. 누구도 감히 제작할 엄두도 못 내는 작품이기에 힘들게 만들고 싶었다”며 양지원을 거들었다.
신이 이들을 도왔다. 양지원은 “최근 극장 잡기가 힘들다. 그런데 고도가 높고 ‘킬링 시저’와 잘 어울리는 메리홀이 있었다. 이후 2~3개월 동안 말도 안 되게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극장을 잡았고, 모든 분야에서 도움을 줬으며 제작사까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젠 김준원과 손호준을 모실 준비만 남아있었다. 양지원의 제안에 손호준은 즉시 수락했고, 김준원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양지원은 “정말 감사함의 연속이다. 덕분에 작품하면서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킬링 시저’는 이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이 상업프로덕션에서 국립극단의 작품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좋은 메시지를 던져주니 더 많은 분이 관람해서 더 흥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네 명의 베테랑 배우들이 이끄는 ‘킬링 시저’는 오는 7월20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