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물망초 꽃말이 뭔지 아세요? ‘나를 잊지 말아요’예요.”
영화 ‘기타맨’ 속 유진을 연기한 故 김새론의 대사다. 영화 ‘기타맨’은 우리가 아는 배우 김새론을 추억하는 마지막 영화다.
‘기타맨’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 천재 기타리스트 기철(이선정 분)이 음악을 통해 희망과 사랑을 찾는 여정을 그렸다.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 중 김새론은 밴드 볼케이노에서 키보드를 맡은 유진 역을 연기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밝고 힘차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다만 김새론은 지난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자숙기간이었다. 논란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기엔 이선정에게도 부담이 있었다. 실제로 해당 배역엔 다른 배우가 논의 중이었다.
그러나 이선정은 “김새론을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나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사실 만류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김새론의논란이 지속될 경우 개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선정 역시 이를 인식했다. 이선정은 “촬영하고 개봉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도 있었다”며 “만약 그때까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위험한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런 이선정의 마음을 돌린 건 김새론의 열정이었다. 이선정은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고, 수정할 부분까지 이야기했다. 이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 동시에 안타까웠다. 조금 더 좋은 영화에 얼마든지 출연할 수 있는 친구”라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선정이 기억하고 있는 김새론은 누구보다 연기를 사랑한 배우였다. 이선정은 “사실 촬영 당시 김새론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대놓고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김새론은 ‘혼자’를 자처했다. 이선정은 “주로 차 안에 많이 있었다. 차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답답할텐데 몇 시간이고 차에만 있었다. 사람을 피하려고 하는 모습이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프로페셔널했다.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특별했다. 이선정은 “이런 상황에서도 NG가 거의 없었다. 연기할 때만큼은 프로페셔널했다”며 “사람이다보니 저와고도 트러블이 있었다. 그런 불편함 속에서도 연기할 땐 누구보다 다정하게 연기했다”고 김새론과 추억을 회상했다.
김새론은 지난 2022년 5월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음주 상태로 사고를 낸 뒤 후속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나 벌금 2000만원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김새론은 연극 무대로 복귀를 꿈꿨으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무산됐다.
비판과 비난, 조롱을 견디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 얼마나 힘들었던 시간이었을까. 김새론은 지난 2월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새론이 세상을 떠난 뒤 유족을 통해 과거 사생활이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김새론이 미성년자였던 시절 김수현과 교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현재 양 측은 법적공방을 벌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중마저 피로감이 쌓이던 중에 ‘기타맨’이 작은 위안을 남긴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