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가 직접 지어준 ‘천국에서 온 목소리’
첫 단독 콘서트 성료…이틀 연속 700여 석 환호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이해준이 데뷔 12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로 팬들을 만났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홀로 무대에 오른다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한 편으로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 순간을 함께 만들어준 팬들에게 어떻게 감사함을 전해야 할지 고민도 했다. 결과적으로 대성공. 그는 약 2시간 동안 게스트 없이 혼자 무대를 끌어가며 팬들과 소통했다. 이렇게 수다쟁이였나 싶을 정도로 팬들의 웃음보를 빵빵 터뜨리기도 했다.
이해준은 지난 23일과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단독 콘서트 ‘From Hae:ven’을 성황리에 마쳤다. ‘Hae:ven’은 ‘heaven(천국)’을 이해준의 ‘Hae(해)’를 따온 것으로, ‘천국에서 내려온 목소리, 이해준’이란 뜻을 담았다. 이번 콘서트의 이름은 팬이 직접 지어준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 깊다.
그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전국, 아니 해외에서까지 ‘해커(이해준 팬클럽명)’이 공연장을 찾았다. 이틀 연속 700여석이 가득 찼다. 이해준은 자신이 출연했던 다수의 작품과 도전하고 싶은 극의 넘버 등으로 무대를 다채롭게 꾸며 귀 호강시켜줬다
뮤지컬 배우 데뷔 12년 만에 처음 맞이한 오직 이해준만의 첫 무대였다. 2013년 뮤지컬 ‘웨딩싱어’로 처음 발을 내디뎠던 이해준은 중소극장을 거쳐, 이젠 뮤지컬업계가 인정하는 대극장 히든카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팬들에게 이를 증명시켜줬다.

◇ 12년 시간 함께한 팬들에 보답…팬들의 사랑에 또 한 번 성장
그가 걸어온 발자취엔 언제나 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있었다. 이해준은 자신의 성장기에 대해 말할 때마다 ‘해커’를 빼놓지 않는 이유다.
이해준은 “늘 받기만 하는 사랑에 어떻게 하면 반대로 깜짝 선물을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난 12년 동안 걸어온 이 길에서 늘 함께해주었던 여러분들이 주신 사랑을 보답하고 싶었다”며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제가 가장 빛을 잃고 힘들 때도 떠나지 않고 곁에 있어 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시간을 마련하고 또 새로운 모습들도 보여서 앞으로의 걸어갈 길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콘서트는 그가 지금까지 올랐던 대극장의 ‘모차르트!’, ‘프랑켄슈타인’, ‘베르사유의 장미’부터 그를 성장케 한 중소극장의 ‘쓰릴미’, ‘트레이스 유’, ‘곤 투모로우’, ‘사의 찬미’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이 밖에도 그가 출연하진 않았지만,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곡들로 가득 채웠다.
무대는 그가 대극장 주연으로서 처음 섰던 뮤지컬 ‘모차르트!’의 대표 넘버 ‘나는 나는 음악’과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로 시작했다. 모든 노래를 직접 골랐다는 이해준은 “제가 출연했던 작품의 넘버들은 아무래도 관객분들이 어떤 곡들을 좋아하실지 잘 알고 있었다. 또 반대로 출연하지 않은 작품의 넘버들은 저의 목소리로 들으면 더욱 새롭게 느껴지고, 그러면서 캐릭터도 상상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선곡했다. 저도 제가 어떤 작품이 어울릴지 궁금하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다”고 말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의 ‘모두의 세상’, ‘킹키부츠’의 ‘One Song Glory’, ‘베르테르’의 ‘발길을 뗄 수 없으면’, ‘시라노’의 ‘마침내 사랑이’ 등을 무대에서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해준은 “도전하기 두려웠던 곡들도 있었지만, 이 기회를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넘버들을 배우고 연습하면서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었다. 또 콘서트니까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가요 두 곡(영화 ‘사도’ OST ‘꽃이 피고 지듯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OST ‘소나기’)도 넣었는데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앵콜 ‘참 예뻐요(홍광호)’는 특별히 관객분들과 더 소통하고 싶어서 제가 객석에 내려가서 부르겠다고 제안했는데 성공이었던 것 같다”며 꿈같았던 시간을 회상했다.
추억의 대학로 무대도 펼쳐졌다. 그는 “아무래도 다른 많은 작품 중에서 중소극장에 했던 작품들이 생각이 많이 난다. 좀 더 가까이서 같이 함께 호흡했던 그 짜릿했던 순간은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가까이서 울고 웃고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 나갔던 작품들이 떠올라서 ‘해준의 시간’이라는 코너를 통해 사랑받았던 작품 4개의 넘버를 짧게 들려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활동을 다시 활발히 시작할 수 있었던 감사한 작품 ‘쓰릴미’의 넘버를 불러드릴 수 있어 더 뜻깊었다”며 미소 지었다.

◇ 오늘의 만남은 다음을 약속…휴식 후 더 단단해질 ‘해준’ 예고
이번 콘서트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뮤지컬 ‘틱틱붐’ 이후 차기작 준비도 했지만, 그의 우선순위는 팬들과의 만남이었다.
지난 2개월은 팬들만을 위한 선물이 아니었다. 이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재발견했다. 이해준은 “원래 했던 노래들도 다시 처음부터 준비해본다는 마음으로 했다. 다시 연습하니까 예전의 부족한 부분도 더 채우고 싶었다. 또 처음 불러보는 넘버들은 어떻게 하면 나만의 색을 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콘서트는 체력이 제일 중요할 것 같더라. 게스트 없이 혼자 끌어가는 2시간의 공연 그리고 넘버 22개를 부르며 진행까지 한다는 건, 저에게는 큰 모험이었다. 세트리스트가 정해지고 나서는 최대한 시간 날 때마다 전체 음악 런을 돌아봤던 것 같다. 그러면서 성대를 좀 혹사 시키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내공이 생겨 양일 공연을 무사히 잘 버텨서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준비 기간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상상하기도 했다. 이것이 그가 무대에 서는 이유이고, 삶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해준은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그동안 보였던 모습, 그리고 색다른 모습 모두 다 보여드리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갑자기 이게 점점 부담으로 오긴 했다. 혹시나 만족시켜드리지 못하면 어쩌지, 오히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더 소중하게 내 마음을 진심을 담아 무대에서 표현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면서 그때부터 갑자기 밤잠을 설쳤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오랜만의 무대에 서 있는 저를 통해 관객분들이 행복해하실 모습만 상상하면서 준비했다”고 전했다.
지난 이틀을 천국 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한 이해준은 “공연할 땐 정말 몰랐다. 그런데 ‘저만을 보러 와주신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나 이렇게 사랑받고 있었구나’, ‘꿈같다. 말이 안 된다’ 등 무대에서 이런 생각만 계속했다. 이게 저한테 알 수 없는 어떤 큰 힘이 되어줬다”라고 말했다.
꿈속에서만 만났던 무대를 12년 만의 현실에서 이뤘다. 아직 꿈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라는 이해준은 “첫 공연은 모든 게 처음이라 너무 긴장해서 어떻게 한지 기억이 안 난다. 두 번째 공연은 두 번째라 익숙해져서 너무 즐겼던 것 같다. 이제 익숙하지 않았던 인이어도 편해진 것 같은데 끝나다니, 이게 콘서트의 묘미라고 느꼈다. 언젠간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다”고 했다.
콘서트 후유증이 크다는 이해준은 “최선을 다했으니 이 헛헛함을 소중히 잘 즐겨 보겠다. 함께 소중한 추억 만들어주신 관객 여러분 사랑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틱틱붐’ 이후 조금 쉬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5년 동안 너무나도 감사하게 끊임없이 달려왔지만, 더욱더 힘차게 달려 나가기 위해선 잠시 나를 되돌아보고 조금 더 단단해지기 위해 쉼이라는 용기를 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디션 기간이라 쉼 없이 오디션 보고, 프로필 사진 촬영하고 또 콘서트를 준비해야 하다 보니 결국 쉬진 못했고 오히려 훨씬 더 바빴다. 그렇지만 덕분에 콘서트를 통해 또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면서도 “이젠 조금 쉼을 가지려고 한다. 그래야 달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늦지 않게는 돌아오겠다”라고 인사했다.
그의 다음 행보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이다. 잠시 휴식기를 보낸 후 언제나 그랬듯 다시 무대에서 만날 날을 기약했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