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극 ‘혼돈’에 빠지지 않는 관전 포인트
행복한 인생, 결국 자신의 선택에 달려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서울시극단의 올 시즌 두 번째 작품인 연극 ‘유령’이 오늘(30일) 개막한다. 서울시극단 고선웅 단장이 연출을 맡아, 그만의 ‘괴짜’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고 단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유령’ 프레스콜에서 작품 속 의문점을 속 시원하게 털어놨다.
‘유령’은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친 무연고자 ‘정순임’이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후 안치실에서 떠도는 유령들을 만나 존재 이유를 깨닫는 이야기를 나눈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잊히고 지워진 영혼이지만, 이들 역시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태어난 존재임을 판타지적으로 구현한다.
가장 특이한 점은 극중극 형식으로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것이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이게 무슨 내용이지”라며 잠시 혼란을 느낄 것이다.

◇ ‘왜’라는 질문에 ‘그럴 것 같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대 위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악은 블랙코미디인지, 현실의 모순인지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또 ‘떠돌이’ 유령은 마치 초등학교 학예회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형상이다. 죽은 사람의 넋이라는 무서운 존재보다 오히려 귀여운 오뚜기같이 동글동글하다.
모든 것은 고 연출이 의도한 것이다. 그는 “연극만 하다 보니 가짜가 진짜 같고, 진실이 거짓 같아 보일 때가 있다. 이처럼 삶과 죽음도 같이 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할 때 부정과 긍정이 같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공연 중 폭력과 시련, 좌절과 배신,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된다. 이때마다 7080 가요부터 팝송, 영화 OST와 뮤지컬 넘버 등이 상황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왜’라는 의문점을 던진다.
고 연출은 “인생은 그렇게 보면 그렇게, 저렇게 보면 저렇게 보인다. 분별하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어색하지 않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애증이 한 짝이 될 수 있다. 그땐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라는 생각이 세상 사는 데에 있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령의 등장도 또 다른 시각의 연장선이다. 고 단장은 “유령 복장은 처음부터 텔레토비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귀엽게 제작하기로 했다. 유미양 의상감독이 정말 마음에 쏙 들도록 훌륭하게 디자인했다”며 “연극 장르가 가진 오락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객과의 소통 중 내용이 무거우면 어렵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회피하지 않고, 작품이 담은 진심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작품은 “세상은 무대고, 인간은 배우다”라고 재차 강조한다. 인생이 연극과도 같다는 점을 부각하는 대사다. 고 연출은 “선택하지 않은 세상에 떨어져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면 부처가 깨우쳐준들 안 바뀐다. 내가 선택한 삶이면 재밌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연극에서 보여주는 것은 배우의 인생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인생도 같다. 인생의 분별을 내려놓으면 연극이 복잡한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유령’은 어두운 현실에서 고통으로 허덕이는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한편 관객에게 작품 해석을 맡긴 ‘유령’은 오는 6월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