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처음엔 ‘누구지?’ 싶은 낯섦이 먼저였다. 그런데 몇 회가 지나고 나니 이 낯선 얼굴을 향한 대중적 열광이 생겼다.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 이야기다.

‘언슬전’은 병원이라는 밀도 높은 세계 속에서 새로 투입된 인턴들의 좌충우돌을 그린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이들을 연기하는 신예 배우들의 매력이었다. 그 중심에 신시아, 한예지, 강유석이 있다. 서인국과 정은지, 정우, 고아라, 손호준, 류준열, 고경표, 혜리 등 숱한 신인을 발굴한 신원호 PD의 재능이 또 한 번 작동했다.

속물적이면서 인간적인 표남경을 맡은 신시아는 제멋대로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매력과 더불어 인물이 가진 복잡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한예지는 공부에서는 따라올 자 없는 슈퍼 모범생이지만, 환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회사 생활에서는 ‘젬병’인 김사비를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그렸다. 전직 아이돌 출신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엄재일을 맡은 강유석은 서툴지만 열정이 가득하며 누구보다 사람 마음을 잘 아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장점이 분명한 만큼 단점도 뚜렷한 사회초년병들의 다양한 면모를 워낙 훌륭히 그린 덕에 시청자들로부터 응원하고 싶은 감정을 이끌어냈다.

신인 배우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신원호 감독의 역할이 크다. 매서운 안목이 수 많은 신인 배우들을 스타 반열에 올렸다. 젊은 PD나 작가들에게 추천을 받고, 연극 무대를 직접 찾아가며,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신인을 파악한 뒤 직접 미팅과 오디션을 통해 확인하는 노력이 그 밑바탕이다.

신원호 PD는 30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이 사람이 캐릭터랑 잘 어울릴까, 드라마 안에서 케미를 만들 수 있을까, 그걸 더 깊이 보게 된다. 그냥 느낌만으로 끝나지 않고 어떤 사람인지, 말투나 버릇, 성격까지 세세하게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예능 출신이다 보니까 습관이 있다. 예능은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화면에 들어온다. 그래서 더더욱 그 사람의 진심을 보는 눈이 길러졌다. 그걸 바탕으로 어떤 면을 부각시킬지, 어떤 부분이 이 캐릭터 안에서 돋보일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워낙 사람을 잘 볼 뿐 아니라 배우가 가진 실제 인간적인 면을 작품에 녹이는 것도 탁월하다. 대체로 신원호 PD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자신의 성격을 인물에 담아 연기하기 편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말해왔다. 반대로 빌런을 만들 땐 철저히 전략적이다.

신원호 PD는 “배우가 본인이랑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면 마치 편한 옷을 입은 것처럼 더 자연스럽게 풀린다. 연기를 하다가도 문득 본인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근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래서 연기를 더 편하게, 더 잘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본인과 너무 안 어울릴 것 같은 배역을 맡았을 때, 거기서 나오는 반전 매력도 있다. 저희가 김혜인 배우한테 ‘빌런’ 역할을 준 것도 그런 이유다. 굉장히 착한 친구인데, 오히려 그래서 강한 역할을 줬을 때 더 새롭게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