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국내 대표 OTT 플랫폼 티빙과 웨이브가 손잡고 업계 최초의 통합 요금제 ‘더블 이용권’을 출시했다.
‘더블 이용권’은 하나의 구독으로 두 플랫폼의 모든 콘텐츠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9월30일까지 얼리버드 프로모션으로 ‘더블 슬림’ 요금제를 월 7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개별 구독 대비 최대 39% 저렴한 셈이다.
관심을 끄는 지점은 이 요금제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선 ‘통합 OTT’ 실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점이다. 양사는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임원 겸임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은 아니지만 합병 심사에 준하는 절차 중 하나로, 공동 전략 실행이 가능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주 협의 등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정부 역시 토종 OTT 육성을 위해 여러 지원 기조를 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OTT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요 플랫폼 간 통합과 협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요금제도 정부 방향성과 맞물린 흐름으로 해석된다.
요금제 구성은 단기 가입자 유치나 가격 파괴 마케팅이라기보다는 실제 이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이다. 티빙과 웨이브 관계자는 “양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호밍 사용자가 30% 이상으로 확인됐다”며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혜택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각각 수백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양사 고객을 하나로 묶어 향후 합병 후 단일 요금제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탈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양사는 “이탈자 방지보다는 함께 사용하는 이용자들에게 더 합리적인 요금제를 제안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티빙과 웨이브가 발표한 ‘더블 이용권’은 2026년 12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장기 요금제를 설정한 배경에는 콘텐츠 소비 흐름의 변화와 향후 플랫폼 통합을 대비한 중장기 전략이 담겨 있다.
티빙은 “양사의 경영 노하우와 역량을 결집해 이용자에게 더 다양한 콘텐츠와 향상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K-OTT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K-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양사의 이번 요금제 출시는 단순한 할인 이벤트를 넘어, 본격적인 합병 무드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OTT 시장 재편을 향한 첫 발걸음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시작된 셈이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