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사명 잊었나?”…시즌 중 떠난 이종범, 레전드의 이례적 결단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이종범의 ‘예능행’은 한 마디로 도박이다. KT 위즈 1군 타격코치라는 자리를 중도 사임하고, JTBC ‘최강야구’ 감독으로 향한 이종범의 선택은 야구계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시즌 한복판, 그것도 치열한 순위 경쟁이 한창인 시점에서 팀을 떠나 ‘프로가 아닌 예능 무대’로 간 그의 선택은 과연 현명했을까.
KT는 27일 롯데와의 경기 전, 이종범 코치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며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구단은 이를 수락했다고 발표했다. 대체자는 박경수 QC코치로 정해졌지만, 사실상 코치진 재편을 시즌 중 강제로 겪은 셈이다.
이종범은 지난해 10월 KT에 합류해 외야 및 주루코치를 맡았고, 지난 5월에는 타격코치로 보직이 변경됐다. KT가 순위 반등을 위해 공들인 인사였다. ‘투수조련사’ 이강철 감독과 ‘타격·기동력’의 이종점 코치 조합이다.
그러나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예능 감독’을 이유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과거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의 사례를 언급한다. 이승엽은 ‘최강야구’에서 대중적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이후 두산 감독직에 올랐다. 이종범 역시 프로 감독 경험은 없지만, ‘바람의 아들’이라는 상징성과 해설·코치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 역시 방송을 발판 삼아 KBO 감독직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이승엽은 비시즌 중 예능에 참여했고, 시즌이 시작되기 전 팀을 맡았다. 반면 이종범은 시즌 도중 현장을 이탈했다. 그것도 팀이 순위 싸움을 벌이는 핵심 구간에서다. 감독직에 대한 욕심이라면, 그 의욕을 증명할 ‘최악의 방식’을 택한 셈이다.
KT 구단은 “공백이 크지 않다”고 애둘러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돌연 퇴단은 팀전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보다. 이종범은 KBO리그의 베테랑 지도자다. 1군 감독외에 두루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KBO리그 감독 후보에 치명적 감점 요인을 자처했다. 아무리 네임밸류가 있어도 스스로 커리어에 마이너스를 남겼다.
게다가 ‘최강야구’는 어디까지나 예능 프로그램이다. 흥행은 가능할 수 있으나, KBO 현장 경험이나 감독 커리어로 인정받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야구계 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종범의 최강야구행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이종범의 선택은 현재까잔 ‘악수’에 가깝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