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불법 입양, 인간 환불, 유전자의 계급화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세계관이 드라마로 현실화됐다.
지난 21일 공개된 ENA 월화드라마 ‘아이쇼핑’이 그 중심에 있다. 19금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금기의 영역을 정면 돌파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방송 3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단숨에 화제작 반열에 오른 ‘아이쇼핑’은 단순한 자극이 아닌, 잔혹할 정도로 날카로운 현실 비판과 장르적 완성도로 강한 중독성을 선사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시작은 아이다. 양부모에게 ‘환불’당한 채 버려진 아이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한 우태식(최영준 분)에게 생존 기술을 배운 뒤, 외부와 단절된 채 복수를 준비한다.
설정만으로도 이미 강렬하다. 그런데 드라마는 그 이상의 폭주를 선택한다. 겉으로는 자선사업가이자 명망 높은 의사로 살아가는 김세희(염정아 분)가 불법 입양과 유전자 설계를 주도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서사가 열린다.
폭발적인 몰입감을 이끈 건 치밀한 플롯이었다. 무너진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그들을 추격하는 조직의 하수인 정현(덱스 분), 그리고 아이들의 리더 김아현(원진아 분)이 펼치는 생존과 반격의 서사는 단순한 장르물을 뛰어넘는다.
특히 김아현이 자신을 환불한 생모가 세희였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4회의 엔딩은 전율 그 자체였다. “그때 죽었어야지”라고 말하는 세희의 섬뜩한 대사는 단숨에 캐릭터의 서늘한 본질을 드러냈다.
‘아이쇼핑’은 모든 캐릭터가 복합적인 층위를 지닌다. 원진아는 차갑고 단단한 김아현을 통해 본격 액션 연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덱스는 명령에만 복종하던 정현에게도 흔들리는 감정을 부여하며 신인의 패기를 넘어선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염정아는 그간 쌓아온 우아한 이미지를 역으로 활용해 김세희라는 괴물 같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우월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는 그녀의 왜곡된 신념은 그 자체로 현대사회의 생명 상품화에 대한 경고처럼 다가온다.
드라마의 전개는 빠르되 허술하지 않다. 3회에서는 아이들이 조직의 실체를 목격하며 극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병원에 잠입한 아이들이 인간이 유전자 조합의 결과물로 거래되는 참혹한 진실을 마주하고, 정현의 추격을 받는 장면은 숨을 쉴 틈 없이 몰아친다.
그리고 이어진 4회, 아현이 세희와 직접 마주하게 되면서 ‘복수’와 ‘혈연’이라는 이중의 충돌이 서사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다.

‘아이쇼핑’의 인기 비결은 파격적인 소재만이 아니다. 메시지의 밀도, 연출의 감각,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 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연출자 오기환 감독은 ENA에선 15세 시청가, 티빙에선 19세 관람가 버전을 동시에 공개해 선택지를 넓혔다. 제작발표회에서 “티빙은 제가 생각한 걸 100% 표현했다”고 밝힌 만큼, OTT 플랫폼에서의 시청률 상승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쇼핑’은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ENA에서 방송되며, OTT 플랫폼 티빙(TVING)을 통해 19세 관람가 버전도 동시 공개된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