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윤계상이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SBS 금토드라마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이하 ‘트라이’)를 통해서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트라이’는 과거 약물 파동으로 은퇴한 국가대표 출신 럭비선수 주가람(윤계상 분)이 모교인 한양체고 럭비부 감독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만년 꼴찌 럭비부와 괴짜 감독의 조합, 여기에 청춘들의 성장 서사가 더해지며 극은 코믹한 분위기 속에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전한다.

윤계상은 한양체고 럭비부 신임 감독 주가람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럭비계 아이돌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중, 도핑(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심장 흥분제나 근육 강화제 따위의 약물을 먹거나 주사하는 일) 이슈로 은퇴 후 잠적해 돌연 3년 만에 모교인 한양체고 럭비부 감독으로 복귀하는 인물이다.

극의 초반부는 주가람의 복귀와 럭비부의 갈등으로 전개된다. 선수 시절 우상이었던 주가람을 향해 럭비부 주장 윤성준(김요한 분)은 실망과 분노를 숨기지 않고, 감독을 향한 저항은 훈련 거부와 무단이탈로 이어진다.

그러나 주가람은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전하며 윤성준을 다시 운동장으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윤계상의 연기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유머와 감정을 균형 있게 조율한다.

특히 럭비부가 대상고와의 경기에서 전반에 35점을 내준 후, 주가람이 ‘잘 지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은 드라마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뛰는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우는 태도라는 메시지가 무겁지 않게 전달된다.

윤계상의 연기는 극의 중심에서 톤과 온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고사상에 럭비공을 꽂아 생크림을 날리는 장면부터, 확성기를 들고 탈주한 선수를 찾는 장면까지. 익살스럽지만 과하지 않고,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다. 인물의 과거와 현재, 상처와 유머를 모두 끌어안은 연기다.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도 극에 힘을 보탠다. 윤성준과의 팽팽한 대립 구도, 사격부 코치 배이지(임세미 분)와의 과거 관계는 드라마에 감정의 밀도를 더한다. 진지함과 장난기를 오가는 윤계상의 감정선이 이런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코믹함과 진중함을 자유롭게 오가는 윤계상의 표현력은 낯선 스포츠물의 시작을 부드럽게 열어줬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연기력은 시청률로도 입증되고 있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회 4.1%로 시작한 ‘트라이’는 4회에 5.4%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전작의 부진으로 기대감이 낮았던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출발이다.

‘트라이’는 아직 초반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윤계상이 만든 중심축은 이미 단단하다. 복잡한 과거를 지닌 캐릭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이면의 진심까지 전달하는 연기다. 극이 나아갈 방향에 힘을 실어준다.

럭비에서 ‘트라이’가 결정적인 한 방이라면, 윤계상의 이번 연기는 드라마 전체를 이끄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남은 회차에서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