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알려진 것과 제법 다른 내용이다. 키움 안우진(26)의 부상과 여러 얘기가 돈다. 결과적으로 ‘불운한 사고’에 가깝다. 그러나 구단 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에이스’를 잃었다.

안우진은 지난 2일 고양에서 퓨처스팀 자체 청백전에 등판했다. 9월 소집 해제 후 1군 복귀를 위한 점검 차원에서 치러진 경기다. 경기 후 이어진 훈련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안우진이 넘어지면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문제가 된 훈련은 ‘벌칙 펑고’로 알려졌다. 스포츠서울 취재를 종합하면, 일단 키움 구단은 청백전 이전부터 이미 해당 훈련을 공식 프로그램으로 공지했다. 체력 훈련의 일종이라는 설명.

명칭은 ‘아메리칸 펑고’다. 현장에서는 속칭 ‘개밥’이라 한다.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펑고를 받는 방식이다. 키움만 하는 게 아니다. 같은 훈련을 하는 다른 구단도 있다.

투수와 야수가 하는 게 또 다르다. 투수는 8m 정도 간격으로 콘을 세워두고, 코치가 토스하는 공을 좌우로 움직이며 받는 방식이다.

훈련이 진행된 고양 야구장 외야는 인조잔디 구장으로, 표면이 미끄럽다. 부상 방지를 위해 안우진은 스파이크 대신 운동화를 신었다. 공을 받는 과정에서 오른쪽으로 중심이 쏠렸는데, 수술받은 팔을 보호하려다 어깨부터 떨어지고 말았다. 수술이 필요하다. 재활만 1년이다. 충격 그 자체다.

사실 7월31일 퓨처스리그 경기가 있었다. 2일 다시 경기를 치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안우진의 실전 감각 점검 목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안우진이 공을 던지려는 목적이 큰 것도 맞지만, 겸사겸사 선수들도 실전 훈련을 겸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다른 선수들은 피로를 안고 경기에 임했다.

청백전은 구단이 열 수 있다. 끝나고 훈련도 할 수 있다. 각자 팀 사정일 뿐이다. 여기서 부상을 당해 문제다. 하필 그게 ‘국가대표 에이스’ 가능성이 있는 안우진이다. 키움은 “현장 안전관리 미숙이다. 그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부상 당시 현장에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분위기였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넘길 일은 또 아니다.

안우진에게 뼈아픈 것은 사실이다. 올시즌 복귀는 물론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합류도 무산됐다. 당연히 메이저리그(ML) 진출 시기 역시 미뤄질 전망이다.

나아가 키움 구단과 KBO리그 전체, 대표팀에도 초대형 악재다. 키움은 송성문과 6년 120억원 계약을 맺으며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안우진까지 돌아오면 2026시즌 투타에 기둥을 세울 수 있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 축이, 시작도 하기 전에 무너졌다.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선수다. 다시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 이쪽은 더 심각하다. 과거 구속과 구위를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손실이다.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잘못된 정보가 ‘괴담’ 수준으로 도는 면은 있다. 우여곡절이 많은 키움이기에 더 그런 감도 있다. 어쨌든 일은 벌어졌다. 소속도 아닌 선수가 청백전을 뛰고, 추가 훈련을 하다 다쳤다. 어떤 좋은 목적을 갖다 대도 의미는 없어 보인다. 구단이 책임을 질 것은 져야 한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