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2024년과 2025년, 한국 드라마 시장은 유례없는 ‘스크린 대이동’을 목격하고 있다. 배우 고현정, 마동석, 송강호, 최민식, 이정재 등 한국 영화의 기둥 같은 이름들이 잇따라 드라마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거라면 ‘드라마 진출’이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콘텐츠 확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배우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의 규모는 축소됐다. 관객의 시선은 극장뿐 아니라 OTT와 TV로 분산됐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등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하는 대작 드라마는 수백억 원대 제작비와 영화급 스태프를 투입해 퀄리티를 끌어올렸다. 영화감독과 제작사들이 드라마 연출에 합류하면서, 드라마는 더 이상 영화의 ‘아류’가 아닌 또 하나의 프리미엄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도 촬영 환경을 바꿨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이 됐었다. 1년여의 계도기간과 3개월 처벌 유예기간을 거쳐, 2019년부터 전 방송사에 본격적으로 도입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처럼 밤샘 촬영과 쪽대본에 의존하던 방식은 줄어들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대본과 제작 기간이 확보됐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제작 환경이 안정되면서 배우들이 긴 호흡의 작품을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게됐다”고 밝혔다.

이 흐름을 먼저 체감한 인물들은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송강호와 최민식은 디즈니+ ‘삼식이 삼촌’과 ‘카지노’로, 이정재는 ‘오징어게임’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드라마 흥행을 증명했다.

고현정도, 마동석도 안방극장으로 향한다. 고현정은 오는 9월 5일 첫 방송되는 SBS 새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서 데뷔 이후 가장 강렬한 변신을 시도한다.

극 중 20년 전 5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마 정이신 역을 맡아, 평생 증오하던 딸과의 예기치 못한 공조 수사를 그린다. 작품은 범죄 스릴러 장르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모녀라는 관계가 만들어내는 심리전을 전면에 내세운다.

마동석은 9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트웰브’(KBS 2TV·디즈니+)로 돌아온다. 동양의 12지신을 모티브로 한 액션 히어로물에서 그는 호랑이를 상징하는 리더 ‘태산’을 연기한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3편 연속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마동석표 액션’을 브랜드화한 그는, 이번엔 한국적 세계관과 판타지를 결합한 K-히어로물로 장르 확장에 나선다. 마동석 특유의 위력적인 액션에 유머를 가미해, 극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는 한층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널과 플랫폼의 구분이 희미해진 시대에 배우들은 형식보다 ‘이야기’와 ‘완성도’를 기준으로 차기작을 고른다. 특히 OTT를 통한 전 세계 동시 공개는 해외 팬덤 형성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배우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화와 드라마가 시장과 소비 방식에서 명확히 구분됐다. 지금은 플랫폼의 경계가 없다. 시장 변화에 맞춘 진화”라고 분석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