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한국의 문화가 또 한 번 세상을 뒤집고 있다.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주인공이다.

‘케데헌’ OST ‘골든(Golden)’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수록곡 대부분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한국의 음식, 여가 문화가 세계에 뻗치고 있다. 호랑이를 희화화한 ‘더피’를 갖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오픈 전부터 해외 인파로 들끓는다.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 세계 놀이문화의 심장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이재명 대통령이 ‘케데헌’의 주역들과 대담을 나눴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아리랑TV 특집 프로그램 ‘K팝 : 더 넥스트 챕터’에 출연해 대한민국 문화의 비전과 미래를 고민했다. 방송인 장성규가 MC를 맡은 가운데 매기 강 감독과 트와이스 멤버 지효·정연, 알티 프로듀서, 김영대 문화평론가가 함께했다.

매기 강 감독은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간 이민자다. 당시만 해도 ‘사우스 코리아’를 지도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감독은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결국 ‘케데헌’으로 꿈을 이룬 셈이다. 저승사자나 물귀신, 한국의 민화 등 전통적 소재와 K팝 아이돌, 한국의 배경이 결합해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어졌다.

강 감독은 “자연스럽게 퇴마사 이야기가 나왔고, 여기에 K팝을 붙이니 재미있는 콘셉트가 됐다”며 “루미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콘셉트를 붙였다. 딸 이름도 루미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했다. 영화 속 목소리와 노래를 실제로 우리 딸이 맡았다”고 밝혔다.

K팝은 또 다른 형태의 연대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함께 응원봉을 흔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점이 그렇다. 작은 불빛이 모여 만들어낸 거대한 빛은 막강한 권력자의 음흉한 사리 사욕도 쉽게 제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K팝 문화에서 민주주의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살벌한 정치 현장을 응원봉으로 가뿐하게 제압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음악과 춤으로 권력에 저항했다. 다른 나라는 폭동을 일으키는데, 응원봉을 들고 춤을 춘다. 아름답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문화가 세계를 선도하는 모양새지만, 지지기반은 불안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화를 통제하려는 거대 권력의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에도 K팝 가수들이 편히 공연할 수 있는 아레나 하나가 없다. 체육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천편일률적인 멜로디와 퍼포먼스로 점철된 노래가 적지 않다. “K팝은 위기다”란 말이 매년 나오는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큰 거목이 자라려면 풀밭이 잘 가꿔져야 한다. 순수 예술, 문화 분야에 대한 지원이나 육성도 정말 필요하다”며 “문화는 자유로움을 본질로 하는데, 정치 권력은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김대중 대통령이 공식화했는데, 잘 안 지켜진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블랙리스트”라며 보수정권이 진보 예술인들을 탄압한 블랙리스트 사태를 언급했다.

이어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고, 물도 많이 줘서 잘 자랄 수 있게 해 그 안에서 경쟁하고, 새로운 영역도 생겨나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문화가 대한민국 핵심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충분히 가능하다. 기회조차 못 갖는 분도 아주 무수하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이런 토대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