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화성=박연준 기자] 미성년자 성범죄로 KBO에서 제명된 서준원(25)이 야구장에 부정선수 신분으로 들어왔다. 현장 관계자와 충돌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제명 선수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다는 것 자체가 규제 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낸 장면이다.
22일 화성비봉야구장에서 열린 화성 코리요-수원 파인이그스 독립야구 플레이오프에 서준원은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제명된 상태. 독립야구 역시 협회 산하 조직인 만큼 선수 등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서준원은 유니폼을 입고 더그아웃과 그라운드를 드나들었다. 불펜장에서 수원 투수들의 공을 받기도 했다.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경기도야구협회 관계자는 “부정선수의 출입은 불가능하다. 즉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관리 책임을 맡은 경기 감독관의 태도다. 해당 사안에 대해 묻자 감독관은 “크게 뭐라 할 이유가 있나. 선수 앞길을 완전히 막고 싶지 않았다. 상대 팀의 어필도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부정선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할 의무를 방기한 것으로, 경기의 공정성과 제도적 원칙을 훼손한 행위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감독관의 처신도 조사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는 경기 중에도 이어졌다. 상대 팀이 “부정선수는 더그아웃에 있을 수 없다”고 항의하자, 서준원은 결국 퇴장 조치됐다. 그러나 퇴장 과정에서 야구장 쓰레기통과 철창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를 제지하던 현장 관계자와 몸싸움 직전의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준원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너네(화성) 팀에 폐를 끼친 것이 있느냐. 어필할 거면 처음부터 하지, 왜 인제 와서 그러느냐. 파손된 부분은 변상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수원 파인이그스 구단 운영 주체인 수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의 A 회장은 “우리 팀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감독과 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회장인 나에게 알리지 않고 데려온 것 같다. 서준원이 우리 팀에 있으면 안 된다. 즉각 퇴단 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명 선수 관리와 독립야구 리그의 규정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경기도야구협회 관계자는 “성범죄로 제명된 선수가 다시 야구장에 들어온 것 자체가 충격이다. 이를 묵인한 수원 구단과 현장 경기 운영관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드시 재발을 막고 야구계의 기본 질서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준원은 지난 2022년 8월 카카오톡 공개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전송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9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서준원에게는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내려졌다. KBO의 경우에는 KBO 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라 무기 실격 처분을 내린 상태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