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승섭기자]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홈런왕 출신인 그는 KBO리그 사상 최초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외국인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데이비슨은 지난 2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 9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팀이 4-17로 크게 뒤진 가운데 마운드에 올랐다. NC는 일찍 무너진 선발 이준혁(1⅓이닝 4실점)과 이어 등판한 전사민(1⅔이닝 2실점)에 이어 불펜 소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었다. 이미 손주환, 김태훈, 최우선, 김민규까지 차례로 투입되며 불펜 운영에 한계가 다가오자, NC는 승부를 내려놓고 ‘깜짝 카드’로 1루수 데이비슨을 올렸다.
데이비슨은 롯데 황성빈에게 초구 몸쪽 138㎞/h의 공을 던졌다. 이어 2구째 시속 137㎞ 공을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임무를 마쳤다. 기록상으로는 0.1이닝 무실점. 비록 짧은 출전이었지만, KBO리그 외국인 타자가 정식 경기에서 투수로 나선 것은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메이저리그 시절 이미 투수 경험이 있는 데이비슨은 통산 6경기 6⅓이닝을 던지며 5피안타 2실점의 성적을 남긴 바 있다. 이번 등판 역시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다.
흥미롭게도 이날 등판에는 묘한 이야기가 얽혀 있다.
롯데는 지난 8월 6일,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이 KIA를 상대로 시즌 10승(6패)을 따낸 직후 교체 결정을 내렸다. 이후 롯데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최악의 연패에 빠졌고, 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데이비슨의 저주’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맷 데이비슨이 등판한 이날, 롯데의 12연패가 끊겼다. 팬들 사이에서는 “저주가 풀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화제를 모았다.

데이비슨은 지난해 46홈런을 기록하며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NC와 1+1년, 총액 320만 달러(약 44억 원)에 재계약했다. 올 시즌은 부상 여파로 세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총 45일간 결장했으나, 현재까지 82경기에서 타율 0.300, 24홈런, 66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한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8월 들어 19경기에서 8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5강 경쟁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