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희한하다. 어떤 작품이든 얼굴이 두 개다. 선과 악이 공존한다. 시청자가 속을 때도 많다. 빌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더없이 선한 사람이다. 유머러스한 매력이 있는데, 나쁜 놈 중에 나쁜 놈이다. 배우 이성욱은 늘 캐릭터에 이중성을 부여했다.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이나 JTBC ‘기상청 사람들’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을 비롯해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나 SBS ‘트라이’ 모두 아슬아슬 경계 위에 서 있다. 선과 악이 뚜렷하지 않다. 배우가 만들어낸 미묘한 얼굴이 긴장감과 “아군일까 적군일까?”라는 질문을 만든다.
이성욱은 최근 서울 마포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간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단면만 있지 않잖아요. 깊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확실히 남들보다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대본이 깜지가 되죠. 아직 완성은 안 됐는지 ‘자유롭게 들어와’까진 안 되더라고요. 하하”라고 웃었다.

두 얼굴의 장점은 생동감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캐릭터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효과다. 아무리 판타지 작품이라도 인물이 현실적이면, 작품 전반에 핍진성이 생긴다. 어느작품에서든 생동감을 만드는 배우다. 오랜 시간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덕이다. 실제로 연극 무대 출신의 연기는 폭발력이 남다르다.
“제가 ‘빨래’ 4기예요. 이정은, 정문성, 박호산, 박정표, 이봉련 같은 배우들과 함께했죠. 우리가 하고 싶은 연기를 쉬는 날 빼곤 계속하는 거예요. 몰입이 자연스럽게 훈련돼요. 연극판의 배우들이 폭발력 있다면, 그 몰입의 과정이 농축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기만 생각하고, 남 연기만 보고 있고 그러거든요. 배우에겐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작품마다 보편적인 인간성을 부여하는 송강호는 “정답이지만, 정답이 아닌 정답을 찾는 것이 연기”라고 했다. 너무 예상되면 상투적이고, 너무 실험적이면 튄다는 의미다. 대중이 이해할 범위에서 신선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성욱의 연기엔 정답 아닌 정답이 보일 때가 많다. 그 신선한 포인트는 대학 생활부터 시작됐다.
“수능을 잘 못봤어요. 연극을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는데, 수능 못 본 김에 연극영화과로 방향을 틀었죠. 순천향대 연극영화과 1기예요. 2기가 정문성이고. 체계가 아무래도 없었죠. 그러다 보니까 학생과 교수가 힘을 합해서 일궈냈어요. 답을 찾는 훈련을 한 거죠. 제 성격에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선 쓸데없는 에너지를 썼을 것 같기도 해요. 학교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엄청난 성장이 있었죠.”
운도 따랐다. 친구 따라 간 오디션장에 갔다가 인사성이 밝다고 덜컥 캐스팅됐다. 뮤지컬이었다. 노래는 그곳에서 배웠다.

“성격 좋은 인상이 필요했나 봐요. 연기나 노래는 가르칠 테니 나오라고 해서 기쁜 마음에 갔죠. ‘마리아 마리아’란 뮤지컬이에요. 그리고 ‘지하철 1호선’으로 이어지고 ‘빨래’도 하고요. 트레이닝이 잘 됐어요. ‘빨래’ 추민주 연출 감독은 집요하게 저의 숨은 생동감을 꺼내줬어요. 언제나 ‘지금 처음 살아있는 거다’라는 마음으로 연기하라고 했어요. 대부분 두 달을 매일 같이 연습하는데, 연습한 척이 들키면 안 되는 거죠.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그 훈련을 잘 쌓은 것 같긴 해요. 그래도 부족하죠. 늘 부족하단 마음으로 늘 열심히 준비해서, 마스터 피스가 되겠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