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춘천=정다워 기자] “내 욕심으로 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정경호 감독이 이끄는 강원FC는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상하이 선화(중국)와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에서 2-1 승리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무대를 밟은 강원은 데뷔전에서 승리했다.

‘이원화’ 운영으로 거둔 승리가 의미가 더 크다. 강원은 현재 K리그1에서 파이널A 진출 경쟁을 하고 있다. 현재 6위인데 7위 FC서울과의 승점 차가 겨우 1이라 아슬아슬하다. 주말 수원FC와의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정 감독은 로테이션을 예고했다. 베스트11을 모두 백업 자원으로 꾸려 경기에 임했다. 대신 주전급 선수들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수원FC전이 21일이라 정 감독은 승리를 위해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할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선수와의 약속을 먼저 생각했다. 경기 후 정 감독은 “최정예를 내세울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이전부터 이원화 계획에 대해 말했고, 그동안 묵묵히 준비했던 선수들이 있었기에 약속을 지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뱉은 말을 지키고 싶었다. 내 욕심으로 팀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선수들이 상하이전을 기다렸을 것”이라며 로테이션을 가동한 배경을 설명했다.

강원은 베스트11이 비교적 확고한 팀이다. 뛰지 못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동기부여를 상실할 수 있다. 정 감독은 코리아컵, ACLE를 그들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결승 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전북 현대와의 4강 1차전에서도 비주전 선수들이 나가 원정에서 비겼다. 정 감독이 선보인 ‘배려의 리더십’이 강원 승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실제로 강원은 0-1로 뒤진 전반전에도 상대를 압도했다. 경기 내용 자체는 좋았다. 선발 멤버가 잘 버틴 덕분에 후반 주전급 자원들이 들어가 역전할 수 있었다. 정 감독도 “오늘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팀이 또 한 번 성장하는 계기였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앞으로 K리그1, ACLE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활약을 이어갈 전망이다.

동시에 주전급 선수들이 체력을 비축하면서 강원은 수원FC전에서 K리그1 4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K리그1과 ACLE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초보답지 않은 정 감독의 노련한 운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형국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