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주상 기자] 체코의 국민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가 19세기 후반에 완성한 교향시 연작 ‘나의 조국’은 체코인들에게 사실상의 제2의 애국가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청력을 점차 잃어가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민족적 자긍심을 음악에 담아낸 이 대작은 80분이 넘는 대규모 작품이다.

가장 유명한 ‘몰다우’를 비롯해 총 7개의 교향시로 구성되어 있다.

오는 11월 28일 예술의전당에서는 130년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전곡을 연주하는 귀중한 기회가 마련된다.

이번 공연은 체코필을 이끌고 있는 상임지휘자 셰몬 비치코프가 한국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이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체코와 마찬가지로 외세의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비치코프는 내한 이튿날인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체코와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두 작품도 선보인다.

스메타나와 더불어 체코를 대표하는 국민악파의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첼로 협주곡 b단조는 1896년 작곡가가 직접 체코필의 첫 공연을 지휘했던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곡으로, 이번에는 첼리스트 한재민이 협연에 나선다.

아울러 이날 함께 연주될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비치코프의 장기다.

차이콥스키와 같은 러시아 태생인 비치코프는 차이콥스키 해석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비치코프는 체코필과 함께 2015년부터 8년간 진행한 차이콥스키 전곡 녹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차이콥스키 모두 슬라브의 영혼을 간직한 작곡가들이다.

같은 혈통의 비치코프가 연주하는 세 사람의 곡은 그래서 특별할 수밖에 없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