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쟁력 ‘악화’ 한국 야구

인프라 개선 무소식 ‘최악’ 상황인 아마야구

KBO-KBSA, 정치권 모두 ‘말’뿐

야구 인기+국제 경쟁력을 위해 변화 필요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한국야구 위기다.”

야구인과 ‘야구 발전’을 놓고 얘기를 나누면, 꼭 한마디씩 하는 문장 중 하나다. KBO리그의 인기와 흥행은 역대급으로 뜨겁다. 아마야구의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야구 행정가, 정치권과 협회가 모두 문제를 알고도 ‘말뿐인 대책’만 반복한다. 못 되었다면 못 된 어른의 모습이다.

이달 초 열린 U-18 야구월드컵에서 한국은 4위에 그쳤다. 이어 아시아야구선수권(U-23) 대표팀은 슈퍼라운드 진출에 성공했지만, 24일 대만과 예선에서 0-10 콜드패를 당했다. 아시아 강국을 가리는 무대인데,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국내 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쓰며 인기를 구가하는 것과 달리, 아마 무대에서 경쟁력이 점점 사라진다. 이러다간 성인 대표팀도 경쟁에서 밀린다. ‘위기’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대학 진학 과정의 ‘학업 성적 25% 규정’이다. ‘인(in)서울’ 주요 대학들은 내신 성적을 일정 비율 반영한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야구를 잘해도 교과 성적이 부족하면 진학이 어렵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휴식 날’이 없다는 것. 주말에는 주말리그를, 평일에는 오전-오후 내내 수업을 듣고 야간 훈련을 치른다. 아무리 강철 체력(?)으로 불리는 고교 선수여도, 성장기 선수들이다. 쉬지도 못한 채 운동과 공부를 모두 떠안는다. 현재 고교 야구 지도자들 사이에서 “언론과 회의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도, 위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바뀌지 않는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주말리그 제도는 학생선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선수들이 쉴 틈 없이 평일 수업과 주말 경기를 병행해야 하는 ‘모순’을 낳았다. 정작 중요한 ‘휴식권’은 고려되지 않는 셈. 형식만 그럴듯할 뿐, 실질적으로는 선수들의 몸을 더 혹사시키는 구조다.

특히 명문 고교팀을 제외한 상당수 학교는 자체 야구장을 갖추지 못했다. 외부 구장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나가면 운동 시작 시간이 이미 5시다. 야간조명 시설이 없어 훈련을 2시간 이상 이행하기 어렵다. 부족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작은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을 이어가지만, 투수·타격 훈련 모두 한계가 뚜렷하다.

한 고교 지도자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걸 막자는 게 아니다. 하교 후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안 된다. 결국 악순환만 반복된다”고 호소했다. 결국 학습권을 보장하려다 운동권마저 앗아가 버린 셈이다.

KBO 허구연 총재는 지난 2022년 취임 이후 ‘아마야구 인프라 확충’을 강조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양해영 회장 역시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실질적인 ‘행동’은 아직이다. KBO든, KBSA든 정부 지자체와 ‘스몰 토크’라도 이 주제를 나눈 곳이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정치권도 문제다. 아이들에게 공부와 운동, 두 가지를 모두 강요하면서 정작 제대로 된 인프라와 제도 개선은 미룬다. 당장 겉으로만 이쁜 그림을 원한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속은 타들어 간다. 이를 왜 모른척하나. 학습권을 존중하되, 운동권 역시 지켜줄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구장, 합리적 일정이다.

올시즌 KBO리그는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기반을 떠받치는 아마야구는 그대로라면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국야구의 뿌리를 튼튼히 하지 않으면, 지금의 인기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어른들의 변화 없이는 오늘도 제자리걸음인 한국야구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