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9일까지 뮤지컬 ‘마리 퀴리’로 관객 만나
“공연이 끝나면 화장이 다 지워질 정도…애틋함과 아쉬움 담아 연기”
“배우로서 롱런하려면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 중요”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배우 김소향은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증명하듯,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다. 이전 작품의 배역을 완전히 잊게 할 만큼 매번 변화무쌍한 에너지를 선보인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마리 퀴리’는 물론, ‘마리 앙투아네트’, ‘프리다’, ‘조시아나 여공작’ 등 신분과 시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그런 그녀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명이다. 해맑게 빛나는 연기를 펼치다가도, 절정의 순간에는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될 만큼 깊은 감정을 쏟아낸다.
현재 김소향은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19세기 말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하여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과학자,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를 연기하고 있다. 그는 ‘마리 퀴리’를 단순히 성별로 구분 짓지 않는다. 인물의 위대한 명성에 걸맞게 과학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것, 이것이 김소향만의 해석이다.
◇ 끊임없이 파고들게 만드는 캐릭터의 매력

작품의 무대는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듯 어둡고 차갑다. 하지만 극의 넘버와 대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희망과 화해를 이끄는 환한 빛을 뿜어낸다.
김소향은 “‘마리 퀴리’는 화려한 대극장 뮤지컬이나 대학로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작품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라며 ”오히려 다양한 장르에 열린 마음을 가진 관객이라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매 공연 무대에 오르면서도 여전히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다. “초연과 재연을 거치면서 제 자신에게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연습 때보다 오히려 공연을 시작한 후에 깨닫는 것들을 계속 보완하고 있죠. 신기한 건, 이 캐릭터를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발전시킬 부분이 많다는 거예요.”
김소향은 유독 ‘마리 퀴리’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는 “이전 시즌보다 열 배는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 같다“라면서 ”공연이 끝나면 눈썹만 빼고 화장이 전부 지워져 있을 정도다. 다른 배우들보다 유독 많이 우는 편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을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과 애절함이 함께하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용기 있는 도전으로 이뤄낸 불꽃 같은 삶

한창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던 2011년, 김소향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마치자마자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배우로서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다는 단 하나의 열망 때문이었다.
낯선 곳에서 느꼈던 복합적인 감정들은 현재 무대 위에서 그녀의 연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다. 김소향은 “순간적인 집중력이 강하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치가 있어서인지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이 극적으로 솟구친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를 들어, ‘마리 퀴리’는 무언가에 미쳐 있을 때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인물이죠. 저 또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언가에 집착하는 면이 있어요. 마리를 연기할 때면, 마치 주머니에 가득 넣어둔 구슬을 하나씩 꺼내 쓰는 기분이에요.”
김소향은 ‘마리 퀴리’를 연기하며 “‘내일 세상이 끝나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는 대사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한다. “실수도 하고 후회도 많이 하지만, 저 역시 불꽃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연기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차오르면서, 인물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마리 퀴리’는 선한 사람인 줄 알았던 자신이 실수를 저지르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용기 있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과학자의 삶이라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인생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어느덧 시즌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뮤지컬 ‘마리 퀴리’는 내달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날 수 있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