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7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박현덕(60세)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 조직기증으로 백여 명 환자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희망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8월 1일 경북 경주시의 한 수영장에서 강습받던 중 뇌내출혈로 의식을 잃어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가족의 동의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5명의 환자에게 이식이 이뤄졌고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됐다.

박 씨는 생전 가족들에게 삶의 끝에는 자신이 가진 재산과 몸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고 떠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해 왔으며, 2002년 기증희망등록 신청을 통해 그 뜻을 남겼다. 가족들은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자 기증에 동의했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박 씨는 동아대학교 풍물패로 활동했고, 졸업 후 극단 자갈치에서 연기와 탈춤, 마당놀이를 익혔다. 이후 객원 배우와 예술 강사로 마당극과 풍물 공연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거처를 경주시로 옮긴 뒤에는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활동, 탈춤 등 민속 예술의 계승과 확산에 힘썼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연극에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하는 등 현장에서의 실천을 계속했다.

긍정적이고 따뜻한 성품으로 알려진 그는 10년 넘게 40회 이상 헌혈을 했고, 쉬는 날이면 농사를 지어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도 했다.

박 씨의 아내 김혜라 씨는 “열정적이며 자유로웠고, 봉사의 삶을 살았던 당신은 하늘의 별이 되었네.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던 당신을 기억해. 공연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백여 명에게 희망을 나눴네.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싶다던 바람대로 떠나게 되었구나. 사랑하고 고마워”라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걸 내주신 기증자 박현덕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사드린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