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점령한 영화 ‘굿뉴스’, 그 중심에 선 29세 배우의 변신

[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 기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굿뉴스’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작전을 다룬 이 작품은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배우 홍경이 있다.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역을 맡은 홍경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출세에 대한 욕망을 지닌 군인으로서 야망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내면을 정교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전개 속에서, 홍경은 혼란, 갈등, 두려움 등 급변하는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특히 군인으로서의 강인하고 단단한 외모는 물론, 카리스마와 냉정함, 그리고 능청스러운 면까지 겸비한 서고명을 눈빛과 표정, 호흡의 미묘한 변화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홍경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3개 국어 능통자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단순한 대사 전달을 넘어선 자연스러운 외국어 연기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극대화하며 시청자들을 작품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었다.
홍경에게 붙는 별명이 있다. “얼굴 갈아 끼우기 장인”, “천의 얼굴”. 과장이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같은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각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영화 ‘결백’(2020)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정수 역을 맡아 첫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D.P.’에서는 악덕 상병 류이강으로 변신해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 Class 1’의 오범석은 홍경의 인생 캐릭터로 손꼽힌다. 학교폭력 피해로 전학을 간 후 새로운 희망을 꿈꾸다가 다시 어둠으로 빠지는 복합적 캐릭터를, 선과 악을 오가는 섬세한 연기로 완성했다. SBS ‘악귀’에서는 까칠하지만 근본은 선한 형사 이홍새로, 영화 ‘댓글부대’에서는 온라인 여론 조작에 빠져드는 키보드 워리어 팹택으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홍경의 인기 비결은 단순히 연기력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작품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진정성에서 나온다. ‘댓글부대’의 안국진 감독은 홍경의 캐스팅 과정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홍경이 감독 집까지 찾아와 4~5시간 동안 왜 이 작품을 해야 하는지 나누고, ‘영화의 비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홍경은 팹택 캐릭터를 살아있게 만들기 위해 외적·내적 특성을 A4 용지 두 장 분량으로 정리해 감독에게 보냈다.
이러한 진지함은 모든 작품에서 일관된다. 홍경은 인터뷰에서 작품 선택 기준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감정을 따라간다. 가슴을 뛰게 만들고, 감정이 동요되는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된다. 제가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가 잘 읽히지 않아서 두려움을 느껴도 도전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면 일단 해본다.”
홍경은 팬들 사이에서 ‘영화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10대 시절을 돌아보며 “저는 영화를 너무 좋아했던 10대였다. 그저 영화를 너무너무 좋아했고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장래희망이 배우였으며, 부모님도 열심히 해서 배우가 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을 사랑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펀치 드렁크 러브’, ‘팬텀 스레드’, ‘매그놀리아’ 등을 인생 영화로 꼽았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영화 ‘지옥’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는 그의 연기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단순히 대사를 외우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예술성과 서사의 힘을 이해하는 배우. 그것이 홍경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1996년 2월 14일생인 홍경은 2017년 KBS2 ‘학교 2017’을 통해 데뷔했다. 올해로 만 29세,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0대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사실 내 캐릭터들이 어떻게 보여질지는 관객들이 말해줘야 알지, 난 객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쫓는 건 분명하다. 어떤 이야기가 내 심장을 때리고 날 두렵게 하면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킬까. 그걸 맹목적으로 보고 달린다.”
매 작품마다 자신을 완전히 소진하고, 동어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 편안한 길보다 도전적인 길을 선택하는 용기. 그리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끝없는 고민. 이것이 홍경이 차세대 충무로 대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굿뉴스’에서 홍경은 이전에 보여준 청춘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남성적 매력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3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엘리트 군인이라는 캐릭터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결백’의 자폐 장애인, ‘D.P.’의 악덕 상병, ‘약한영웅’의 소심한 학생, ‘악귀’의 형사, ‘댓글부대’의 키보드 워리어, ‘청설’의 순수한 청춘, 그리고 ‘굿뉴스’의 엘리트 군인까지. 이 모든 캐릭터를 한 명의 배우가 연기했다는 것이 놀랍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를 “생각이 깊고, 질문이 많으며 영화에 진심인 배우”라고 평한다. 곧 30대를 맞이하는 홍경은 “30대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연기를 소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경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굿뉴스’는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분명히, 배우 홍경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