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된 한국인 피의자들을 둘러싼 여론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 일부가 팔과 다리에 이레즈미(入れ墨·조폭의 일본식 문신)를 드러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왜 데려왔나”라는 반응이 번졌고, 캄보디아 당국과 현지 언론이 공개한 얼굴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프레임이 굳어지고 있다.
송환된 64명 가운데 59명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혐의는 로맨스 스캠, 리딩방 사기, 보이스피싱, 노쇼 사기 등으로, 일부에겐 범죄단체 조직 및 활동 혐의까지 적용됐다. 당초 현지 감금·고문 피해를 호소하며 동정 여론이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가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에서 잇따라 검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도는 급변했다.
지난 8월 구조·체포된 14명 중 1명 A씨는 2월 다른 범죄단지에서 탈출해 대사관 도움으로 귀국하고도 5월에 재입국해 다시 범죄단지로 들어갔다가 8월 다시 송환됐다. 외교부는 “구조된 우리 국민 14명 중 일부는 지난 2월 캄보디아 내 다른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후 대사관의 귀국 지원을 받았음에도, 지난 5월 캄보디아로 재입국해 범죄단지에 다시 들어가는 등 단순 피해자로 볼 수 없는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수사기록에는 조직 범행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한국인 100명 넘는 피해자에게 90억 원 이상을 뜯어낸 조직에 소속된 피의자들도 확인됐다. 이들은 실적부진시 폭행·전기고문을 가했고 기본 급여에 범죄수익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얼굴공개도 논쟁이다. 캄보디아 당국 홈페이지와 현지 언론에 실린 한국인 피의자들의 이동 장면이 모자이크 없이 퍼지면서 국내 SNS에서 일파만파 확산됐다. 한국과 달리 외국 대부분은 모자이크 등으로 피의자 얼굴을 가리지 않는다. 캄보디아 경우도 국제기준 및 해당 국가의 주권에 따른 결정이다.
피해자 아닌 가해자의 송환에 대해, 법조계는 원칙론을 강조한다. 일단 국내로 송환해 저지른 죗값을 치르는게 합당하다는 것. 현재 여론은 얼굴공개와 문신 노출에 따른 감정적 분노를 넘어, 이들이 ‘가해자’로서 저지른 범죄의 실체와 책임을 묻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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