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번엔 지긋지긋한 꼰대다.
영화 ‘극한직업’의 코믹 연기부터 넷플릭스 ‘킹덤’의 카리스마까지, 매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해 온 배우 류승룡이 ‘꼰대’라는 현실적 수식어를 달고 돌아왔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하 ‘김 부장’)을 통해서다.
‘김 부장’은 25년 차 에이스 세일즈맨 김낙수(류승룡 분)가 임원 승진을 앞두고 인생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며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류승룡은 이른바 성공의 상징인 서울 자가와 대기업 부장 타이틀을 달았지만, 현실적인 직장생활의 무게와 가족과의 갈등, 자신도 모르게 꼰대의 길을 걷고 있는 김낙수를 표현한다.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속은 불안한 중년 가장 김 부장의 씁쓸한 초상으로 가득 찼다.
류승룡은 22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김 부장’ 제작발표회에서 “저 같은 50대는 40살에 스마트폰을 처음 만져봤다. 시대도 다르고 살아남는 방법도 다르다. 서툰 방법으로 아들과 대화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 계속 고구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김낙수에게 측인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워낙 필모그래피가 화려한 배우다. 꼰대를 담은 인물도, 완전히 소탈한 인물도 모두 표현해 봤다.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선 ‘꼰대의 인간화’를 그려냈다. 늘 ‘나 때는~’으로 말을 시작해, 크고 작은 일에 의미없는 훈수를 두고, 억지로 남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자신을 빛내려고 하는 모습이다. 직장인이라면 짜증이 확 치밀만한 얼굴이다. 정작 자신도 임원이라는 높은 벽 앞에선 전전긍긍만 한다. 싫지만, 애잔하다는 모순이 담겼다. 류승룡이어서 더 현실감이 있다.
류승룡은 “원작에 표현이 잘 돼 있고, 어딜가나 그런 사람은 꼭 있다. 누구 봐도 보편적인 인물에서 있는 느낌들, 그 모습이 내 안에도 있다. 아주 유치한 행위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는 ‘웃픈’ 모습이 있다. 김낙수에겐 서사가 있고, 건강한 책임감이 있다.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실제 류승룡은 ‘꼰대’와 거리가 먼 느낌이다. 늘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하고, 남의 큰 잘못도 감쌀 줄 아는 호인이다. 상대의 잘못으로 자신이 뭇매를 맞아도, 묵묵히 우직하게 견디는 인물이기도 하다. 가벼운 농담으로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낼 줄 알고, 깊이 있는 속내로 뭉클함을 만들 줄 아는 배우다. 그를 싫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 안에서 꼰대를 발견했다.

류승룡은 “현장에 가면 서글프게도 내가 나이가 가장 많을 때가 있다. 불평불만 하지 않고 넉넉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창작자로서 양질의 예민함을 같이 갖고 있으려다 보니까 힘들 때가 있다. ‘선물 같은 순간’을 놓치면 안 되잖아요. 그럴 때 제 모습이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해 답답함의 탈을 쓴 ‘꼰대’ 류승룡의 새 얼굴은 오는 25일 오후 10시 40분에 방송되는 ‘김 부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