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한화, 역대 첫 한국시리즈 대결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변수’로 작용
체온·부상 관리 철저히 해야
“이젠 가을야구 아닌 겨울야구”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가을야구가 아니라, 이제는 ‘겨울야구’다.
19년 만에 한국시리즈(KS)를 밟은 한화와, 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LG. 그러나 잠실구장을 덮친 건 긴장감보다 더 매서운 건 북서풍과 뚝 떨어진 기온이다.
27일 잠실에서 열린 KS 2차전은 전날 보다 약 4~5도가량 떨어졌다. 기상청이 발표한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4도. KS 경기 시작 시각인 저녁 6시30분 이후엔 6~8도,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낮을 전망이다. 가을야구 개막 이후 가장 추운 날씨다.

일단 가장 걸리는 쪽이 투수다.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기온이 내려가면 ‘손끝의 감각’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포심도 포심이지만, 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 같은 변화구 제구가 쉽지 않다.
불펜진도 마찬가지다. 선발은 루틴에 맞춰 몸을 풀고 나가지만, 불펜은 언제 나갈지 모른다.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 몸을 풀지 않으면, 마운드에 올랐을 때 공이 손에서 미끄러질 수 있다.
더불어 추위는 수비 집중력도 갉아먹는다. 낮아진 기온에 땅이 얼면 내야 그라운드가 단단해질 수 있다. 공이 더 튀고, 타구의 낙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1루 송구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나거나, 땅볼 바운드가 불규칙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야수는 체온 유지가 생명이다. 긴 이닝이 이어질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수비 중에도 계속 몸을 흔들어 근육을 풀어야 한다.
주자들도 조심해야 한다. 햄스트링이나 종아리 근육 경직이 가장 위험한 부상 요인이다. 무리한 슬라이딩도 피해야 한다. 차가운 지면 위의 헤드퍼스트는 손목·어깨·갈비뼈 부상의 ‘직격탄’이 될 수 있다.
1차전에서 한화는 확실히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대부분이 첫 KS 무대였던 한화 선수들은 몸이 굳은 듯했다. 수비 실수, 주루 오판, 7개의 볼넷까지 긴장감이 손발을 묶었다. 반면 LG는 7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한 노련함으로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1차전 변수가 ‘경험’이었다면 2차전부터는 날씨와 환경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5차전까지 계속 야간 경기다. 6~7차전까지 가야 다시 낮경기를 치른다.
결국 누가 더 빨리 추위를 이겨내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단순한 실수 하나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리한 플레이보다, 집중력 유지와 체온 관리가 곧 승부의 핵심이 될 수 있다.
가을야구의 마지막 시리즈, 그러나 날씨는 이미 겨울이다. 추위를 이기는 팀, 부상을 피하는 팀이 결국 웃는다. 그리고 그 미세한 차이가, KS 우승 트로피의 주인을 바꿀 수도 있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