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수진 기자] “우리의 우정과 세계의 미래를 위하여!”

글로벌 반도체 지형을 뒤흔드는 세 거물이 ‘AI 깐부’로 뭉쳤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역사적인 회동 장소가 특급 호텔이 아닌 서울 강남의 ‘깐부치킨’이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만남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 CEO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성사됐다. 황 CEO는 한국의 ‘치맥(치킨+맥주) 문화’를 원했고, 특히 장소로 ‘깐부치킨’을 콕 집어 지목했다.

핵심은 ‘깐부’라는 단어의 상징성에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전 세계에 각인된 ‘깐부’는 단순한 ‘친구(Friend)’나 ‘동반자(Partner)’를 넘어선다. 극 중에서 깐부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생사(生死)를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이자 ‘가장 믿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짝꿍’을 의미한다.

외식업계와 재계는 황 CEO가 이 ‘밈(Meme)’의 언어를 전략적으로 사용했다고 분석한다. 즉, 이번 만남은 단순한 친목 도모가 아니며, 냉정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급변하는 AI 시대의 파고를 함께 헤쳐 나갈 ‘기술 혈맹’을 맺는 상징적인 의식이었다는 해석이다. 깐부치킨이라는 장소 선택은 ‘우리는 AI 경쟁 속에서 모든 것을 공유하는 한 팀’이라는 선언과도 같다.

지난 30일, 캐주얼한 복장으로 만난 세 거물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순살치킨, 치즈볼 등과 함께 ‘테라’ 맥주와 ‘참이슬’ 소주를 곁들였다. 황 CEO는 “오늘 저녁은 내가 쏜다(Dinner is free)”며 ‘골든벨’을 울렸고,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건넸다.

“우리의 우정과 세계의 미래를 위하여!”(TO OUR PARTNERSHIP AND FUTURE OF THE WORLD!)

선물에 적힌 이 문구는 ‘깐부 회동’의 목적을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 1차 회동 비용 약 180만원은 이재용 회장이 결제한 것으로 알려지며, 끈끈한 분위기를 더했다.

‘AI 깐부’의 결성은 즉각적인 경제 파급력으로 이어졌다. 깐부치킨은 배달앱 쿠팡이츠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랐고, 각종 메뉴가 품절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31일 증시에서는 비상장사인 깐부치킨 대신 ‘K-치킨’ 대표 주자 교촌에프앤비 주가가 장 중 16% 이상 치솟으며 K-치킨 브랜드 전체의 글로벌 인지도 상승 기대감을 반영했다.

이번 회동은 한국 산업의 기술 동맹을 강화하는 전환점이자, 한국의 소탈한 ‘치맥’ 문화가 글로벌 비즈니스 외교의 핵심 ‘밈’으로 확산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sujin1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