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 속구만 21개 던져

벤치 지시는 없었다

김서현 “속구로 승부 된다고 판단”

최고 156㎞, 구속-구위 올라왔다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 기자] “벤치 지시는 없었다.”

야구대표팀 ‘파이어볼러’ 김서현(21)이 체코와 두 번째 평가전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강속구를 뿜어냈다. 눈에 띈 부분이 있다. 속구만 던졌다는 점이다. 단 하나의 변화구도 없었다. 벤치 지시는 아니다. 개인 판단이다.

김서현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체코와 평가전에서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0.2이닝 1안타 2볼넷 1실점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6㎞까지 나왔다. 평균으로 시속 152㎞다. 가장 느린 공이 시속 150㎞이었으니 스피드는 충분했다. 그리고 총 21개 던졌는데 모두 포심이다. 변화구를 섞었다면 실점 없이 끝났을지도 모른다.

경기 후 김광삼 투수코치-류택현 불펜코치는 “벤치에서 사인이 나간 것은 아니다. 김서현 스스로 판단해서 그렇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김서현을 만나 직접 물었다. “어차피 2스트라이크 잡아도 다시 변화구 던져서 맞으면 어차피 주자가 나가는 것 아닌가. 처음에 속구로 땅볼을 끌어냈다. ‘속구로 붙어도 되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트시즌 때도 내 변화구가 좋지 않았다. 던질 때 티가 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좋을 때 있고, 아닐 때 있다. 오늘은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속구 많이 썼다. 속구는 평소처럼 똑같이 던졌다”고 강조했다.

첫 타자 무지크를 맞아 공 2개로 유격수 땅볼 처리했다. 다음 멘식에게 볼넷을 줬으나, 윈클러를 다시 2루 땅볼로 막았다. 힘으로 붙어서 이겼다. ‘굳이 변화구가 아니어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계속 속구로 붙었다. 최상의 결과는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김서현은 “한국시리즈 때 스피드가 안 나왔다. 오늘은 구속 잘 나온 것 같다. 괜찮은 것 같다. 시즌 끝나고 짧게 휴식기도 있었고, 대표팀에서도 스케줄을 잘 맞춰주셨다. 한국시리즈까지 치른 선수들은 별도 스케줄을 주셨다. 러닝도 많이 했고, 회복도 잘됐다. 몸 상태는 괜찮다”고 짚었다.

이어 “스피드는 올라오고 있다. 포스트시즌 때처럼 볼과 스트라이크 차이가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가을야구 때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서현이 마운드에 섰을 때 팬들의 환호와 응원 소리가 크게 나왔다. 특히 김서현이 흔들릴 때 더 컸다.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도 박수를 보냈다.

김서현은 “순간적으로 내가 안 좋을 때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며 “현장에서 팬들이 크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여러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