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대세 행보를 굳힌 배우 류승룡이 예상 밖의 선택으로 화제다.
작은 독립 다큐멘터리 ‘파시’에 사실상 노개런티로 참여하기로 했다. 류승룡의 결정은 제작진의 요청이 아니라, 그가 먼저 제안했다.
드라마 촬영을 마친 후 통영에 머물던 어느 아침, 류승룡은 강제윤 감독과 차를 나누던 이렇게 말했다.
“형님, 파시 영화 나레이터로 왜 안 불러 주셨어요?”
강 감독이 “파시는 내레이션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하자, 류승룡은 곧바로 “그럼 모데레이터로 출연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그의 출연이 확정됐다. 자신의 이름값보다 작품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선택을 한 것.

‘파시’는 파도 위에 열렸던 해상 시장을 말한다. 전국 수십 개 섬에서 열렸던 바다 장터는 과거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이었다. 그러나 기록은 대부분 잊혀졌다. 민간 연구소가 이를 복원하는 있고 이 현장에 류승룡이 선뜻 동참한거다.
섬연구소는 올해 ‘흑산도 파시’를 첫 완성작으로 내놓았고, 앞으로 전국의 파시 역사를 아우르는 확장판을 제작 중이다. 류승룡은 그 중심에 서게 된다.
류승룡의 이런 선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통영의 겨울 음식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은 일, 섬바다음식학교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온 일, 계절이 지나도 청각 냉국을 기억하는 태도.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그를 “섬을 가장 사랑하는 배우”라고 부른다.

그동안 그는 섬연구소 회원으로 여러 섬을 답사했고, 백령도 사곶해변 보존 프로젝트에서는 운전기사 겸 사진사로 자원 활동을 했다. 전남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자문위원, 섬의 날 홍보대사도 무보수로 맡았다. 수항도에 고립된 강아지를 함께 구조한 일, 보성 장도 예술섬 프로젝트, 통영 이중섭 거주지 보존 활동까지, 그의 행보는 꾸준했다.
대중이 보는 류승룡은 흥행 보증 배우이자 대세 드라마의 활려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섬과 바다에서 그와 함께한 이들이 기억하는 류승룡은 조금 다르다. 럭셔리 숙소보다 친구의 집을 택하고, 상업영화보다 기록영화에 마음을 내어주며, 자신의 이름보다 섬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앞세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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