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쇼핑서 샀는데 AS는 ‘나몰라라’… 누수·화재 피해도 보상 막막

- 30~40% 살인적 수수료에 ‘저가 부품’ 꼼수…1년 쓰고 버리는 ‘일회용 가전’ 전락

- 롯데홈쇼핑 등 유통사 책임론 부상 “수수료만 챙기고 사후 관리는 뒷짐”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방송에서는 ‘매진 임박’이라며 호들갑을 떨더니, 불이 나고 집이 망가지니 서로 전화만 돌리네요. 대기업 홈쇼핑 믿고 산 제가 바보입니다.”

겨울철 홈쇼핑 효자 상품으로 불리는 ‘일월매트’가 화려한 판매 실적 뒤에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제품 하자로 인한 누수, 화재 등 심각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판매처인 홈쇼핑사와 제조사인 일월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 행태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 “거기에 전화하세요”… 책임 회피 핑퐁 게임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월매트 구매자들은 제품 불량 발생 시 심각한 AS 대란을 겪고 있다. 소비자가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지점은 홈쇼핑사와 제조사의 ‘떠넘기기’다.

실제로 롯데홈쇼핑 등 주요 채널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온수매트 누수로 아파트 온돌마루가 그을리는 피해를 입은 한 소비자는 홈쇼핑 측에 항의했으나 “제조사 책임이니 일월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하지만 일월 측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해, 소비자는 수백만 원대의 바닥 공사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매트 누전으로 인해 연결된 TV와 컴퓨터가 고장 난 사례에서도 일월 측은 사고 제품에 대한 조사나 AS 제공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방송 때는 “책임지고 판매한다”고 외치던 홈쇼핑사들이 문제가 터지면 “우리는 판매 중개자일 뿐”이라며 발을 빼는 행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라텍스 썼죠?” 화재 나도 고객 탓… 적반하장 대응

더 심각한 문제는 화재 등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이다. 지난해 12월 일월 전기매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한 소비자는 “업체 측이 제품을 수거해가더니 ‘라텍스와 함께 사용했다’, ‘접어서 보관했다’ 등 사용자 과실을 주장하며 보상을 거부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명확한 원인 규명 대신 ‘사용자 부주의’ 프레임을 씌워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화려한 쇼호스트의 언변에 가려진 안전 불감증이 소비자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 40% 수수료의 덫… ‘갑질’로 메우고 품질은 포기했나

이러한 품질 저하와 부실한 AS의 근본 원인으로는 기형적인 홈쇼핑 유통 구조가 지목된다. 통상 홈쇼핑 판매 수수료는 매출의 30~40%에 달한다. 여기에 송출료와 마케팅 비용까지 감당하며 ‘초특가’를 맞추기 위해 제조사가 원가를 극한으로 절감하는 과정에서 저가형 열선이나 내구성이 약한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의 고수수료 구조 속에서 이익을 남기려다 보니 일월매트가 사실상 ‘1~2년 쓰고 버리는 일회용 가전’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과거 일월이 협력업체에 하도급 대금을 미지급해 공정위 제재를 받았던 ‘갑질’ 사건과도 맥이 닿아 있다. 비용 압박을 협력사 쥐어짜기와 저급 부품 사용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품질 불량과 AS 마비라는 부메랑을 맞았다는 것이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매출 1위를 자랑하기 전에 기본적인 안전과 사후 관리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며 “홈쇼핑사들 역시 수수료 수익에만 급급해 불량률이 높은 제품을 검증 없이 판매하는 방관자적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