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교육감이 되었을 때,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학교 현장의 상처가 됩니다. 저는 정치를 위해 교육을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정치를 떠나, 다시 교육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교육감은 정치적 디딤돌 아냐”... 정치를 떠나 교육으로 귀환

2022년 경기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였던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 19일 경기도교육청 정문 앞에 섰다. 2026년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향한 첫 발걸음이다. 그의 출마 일성은 단호했다. 교육을 정치적 재기의 수단이나 디딤돌로 삼는 풍토를 ‘교육내란’으로 규정하고, 이를 끝내기 위한 ‘교육자 성기선’의 귀환을 선포했다.

이는 2022년 선거 당시 ‘민주진보 단일후보’라는 이념적 틀에 갇혀 정작 현장의 목소리를 세밀하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성찰에서 비롯된 변화다. 성 교수는 “교육감이 바뀌어도 학교는 달라지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교육감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는 교사들의 비명이 가득하다”며 ‘내부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교사의 방패’ 선언... 갈등조정회복지원단 설치

성 교수가 내놓은 1호 공약은 교육청 직속 ‘갈등조정회복지원단’ 설치다. 그는 “악성 민원과 고소·고발 앞에서 교사 개인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를 끝내겠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가 아니라 교육청이 먼저 나서는 시스템을 약속했다. 교권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 교사가 오직 수업과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세 아이, 한 학교’... “느림은 결함 아닌 다른 속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복안으로는 ‘세 아이, 한 학교’ 원칙을 제시했다. 학습 속도가 각기 다른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각자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1학년 학급당 학생 수 10명 상한제’를 제안했다. 태블릿PC 등 하드웨어 보급에 치중하는 현행 정책 대신, 교사라는 ‘휴먼웨어’에 투자해 학교 적응의 성패가 갈리는 시기에 교사가 아이 한 명 한 명을 깊이 있게 돌보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형 미네르바 스쿨’과 수능 자격고사화 제안

미래 교육 비전으로는 모든 학생에게 열린 공공 온라인 심화 배움 플랫폼인 ‘한국형 미네르바 스쿨’ 도입을 약속했다. 부모의 경제력과 지역에 상관없이 토론과 세미나 중심의 고차원적 수업을 누리게 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평가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수능을 줄 세우기용 선발 시험이 아닌 ‘자격고사’로 전환해 교실 수업의 정상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경험하는 자리 아닌 증명하는 자리”

성 교수는 마지막으로 “교육의 이름으로 정치가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학교는 무너진다”며 교육의 비정치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교육감은 경험해 보는 자리가 아니라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라며, 말이 아닌 구조와 결과로 경기교육의 변화를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마쳤다.

4년 전과는 다르다... ‘단일후보’ 넘어 ‘해결사’로

성 교수의 이번 행보는 지난 2022년 선거 당시와 비교해 훨씬 더 ‘현장 밀착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선거가 보수와 진보라는 거대 이념 지형의 대리전 양상이었다면, 2차전에 나선 성 교수는 ‘정치색’을 최대한 걷어냈다. 대신 그 자리에 악성 민원 대응 시스템과 초밀착 책임 교육 등 교사와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고통 분담’을 채워 넣었다. 이는 교육감 자리를 정치적 발판으로 여기는 세태를 비판함으로써, 정치인 성기선이 아닌 ‘교육 전문가 성기선’으로서의 독자적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서울석관고 교사를 시작으로 경기도교육청 율곡교육연수원장, 제10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역임한 성 교수는 현재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로 재직하며 경기교육미래포럼 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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