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지휘에 맞춰, La-la-la-la / 마에스트로의 지휘에 맞춰” (세븐틴 ‘MAESTRO’ 가사 중)
도로 위의 모든 흐름을 내 뜻대로 조율한다. 거대한 덩치지만 움직임은 정교하고, 폭발적인 힘을 쏟아내다가도 순식간에 고요한 정적 속으로 빠져든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쥐락펴락하는 지휘자(Maestro) 같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SUV, ‘LX 700h’를 시승하며 세븐틴의 ‘마에스트로’를 떠올린 이유다.
◇ 눈 덮인 산을 압도하는 ‘실버 아머’의 위용


LX 700h의 첫인상은 무대를 꽉 채우는 아이돌 그룹의 ‘센터’처럼 압도적이다. 시승차는 차가운 금속성의 매력을 뽐내는 ‘소닉 티타늄(실버)’ 컬러를 입고, 눈 내린 겨울 산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흡사 은빛 갑옷을 두른 장군이 전장에 나선 듯한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전면부는 렉서스의 상징인 대형 스핀들 그릴이 시선을 집어삼킨다. 촘촘하게 배치된 가로형 슬랫(Slat)은 입체적으로 돌출되어 웅장함을 극대화하고, 날카롭게 찢어진 헤드램프는 맹수의 눈처럼 도로를 노려본다. 전장 5100mm, 전폭 1990mm의 육중한 차체는 보는 이를 주눅 들게 만든다. 특히 측면에서 보면 거대한 멀티 스포크 휠이 차체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어, 당장이라도 험준한 오프로드로 뛰쳐나갈 듯한 기세다. 후면부는 렉서스 로고 대신 ‘L E X U S’ 레터링을 간결하게 배치해 현대적인 세련미로 마침표를 찍었다.
◇ 화사한 탄(Tan) 컬러의 반전…VIP 라운지 품은 실내


묵직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화사한 반전 매력을 품었다. 도어를 열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건 고급스러운 탄(Tan) 컬러의 가죽 인테리어다. 최고급 세미 아닐린 가죽에 새겨진 정교한 다이아몬드 퀼팅 패턴은 렉서스가 왜 ‘럭셔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지 시각과 촉각으로 증명한다.
운전석은 ‘타즈나(Tazuna, 고삐)’ 콘셉트가 적용돼 운전자가 말의 고삐를 쥐고 소통하듯 직관적이다. 12.3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시원한 시인성을 제공하며 내비게이션 경로를 선명하게 띄워준다.
이번 시승차의 백미는 2열 공간이었다. 1열 등받이에 장착된 대형 리어 모니터 두 대는 뒷좌석을 움직이는 영화관으로 바꿔놓는다. 2열 중앙 암레스트에 자리한 터치 패널을 통해 뒷좌석 탑승객도 오디오와 공조 장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 마치 또 다른 ‘지휘자’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 오프로드의 야성미와 렉서스의 정숙성 ‘이중주’


광활하게 열리는 테일게이트 안쪽에는 골프백 서너 개는 거뜬히 삼킬 듯한 적재 공간이 펼쳐진다. 든든한 프레임 바디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조합은 이 거구를 가볍게 밀어붙인다. LX 700h는 렉서스 LX 시리즈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하지만 이 차의 하이브리드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함이 아니다. 오직 더 강력하고 여유로운 ‘힘’을 위해 존재한다. 3.5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에 모터가 힘을 보태 시스템 총출력 400마력을 훌쩍 넘긴다.
이번 시승의 백미는 승차감이었다. 프레임 바디 SUV는 투박하다는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LX 700h는 노면의 요철을 부드럽게 삼켜버린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AHC) 덕분이다. 눈 덮인 비포장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면서도 실내는 도서관처럼 고요하다. 25개의 마크 레빈슨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만이 공간을 채운다. 거친 야성과 우아한 정숙성이 공존하는 기묘한 이중주다.
세븐틴이 K-팝의 마에스트로라면, 렉서스 LX 700h는 명실상부한 도로 위의 마에스트로다. 화려한 탄 컬러 시트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라. 당신의 지휘에 맞춰 세상이 움직일 것이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