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조 ZF 인수, 전장 사업 ‘화룡점정’ 찍고 전기차 패권 도전

- 전고체 배터리·Exynos Auto·OLED… ‘하드웨어 초격차’로 승부

- 외신 “삼성의 광폭 행보, 테슬라 위협할 ‘안티 테슬라’ 진영의 핵심”

“막연한 희망 고문은 끝났다.” 2026년 재계 총수들은 AI 거품을 걷어내고 당장 돈이 되는 ‘수익화’를 지상 과제로 내걸었습니다. 말뿐인 비전이 아닌 냉철한 성적표를 요구하는 이 시점, 삼성전자가 던진 2.6조 원 규모의 ZF 인수는 테슬라 독주를 막고 실력을 입증하겠다는 가장 확실한 대답입니다. 스포츠서울이 보여주기식 경영과 결별하고 압도적 ‘기술 초격차’로 승부하는 재계의 치열한 생존 전략을 분석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독일의 자동차 부품 공룡 ZF(제트에프)사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사업부를 2조 6000억 원에 전격 인수했다. 업계는 이번 ‘빅딜’을 단순한 기술 확보가 아닌, 전기차(EV)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거대한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 서초사옥의 전략가들이 그린 큰 그림은 명확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을 하나로 묶어, 테슬라가 독식해 온 전기차 생태계에 강력한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자율주행’ 화룡점정…“퍼즐은 완성됐다”

삼성전자의 전장(VS) 사업 퍼즐은 이번 인수로 비로소 완벽한 진용을 갖췄다. 삼성은 2016년 하만 인수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확보했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삼성전기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카메라 모듈 등 전기차 구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핵심 기술을 내재화했다.

여기에 ‘자율주행의 눈’인 ZF의 센서 및 제어 기술까지 확보함으로써, 삼성은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전기차의 두뇌와 신경망을 모두 설계하는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는 운전자를 ‘운전 노동’에서 해방시켜 ‘콘텐츠 소비자’로 전환시키겠다는 ‘인카(In-Car) 라이프’ 전략의 기반이 됨과 동시에, 완성차 업체들이 삼성 없이는 차를 만들 수 없게 만드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이다.

◇ 전고체 배터리 품은 삼성, ‘하드웨어의 삼성’이 테슬라 소프트웨어 잡는다

삼성의 도전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바로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까지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ASB) 상용화의 선두 주자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진행 중인 전고체 배터리 로드맵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삼성은 주행거리와 안전성이라는 전기차의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게 된다.

결국 ‘두뇌(엑시노스 오토)’와 ‘눈(아이소셀·ZF ADAS)’, ‘화면(OLED)’, 그리고 ‘심장(전고체 배터리)’까지 전기차의 A to Z를 모두 갖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직접 완성차 로고를 달고 차를 출시하지 않더라도, 이미 삼성의 기술이 집약된 ‘삼성 인사이드(Samsung Inside)’ 차량이 도로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외신 “삼성, 테슬라 위협할 유일한 대항마”…‘반(反) 테슬라 연합’의 구심점

해외 주요 외신들도 삼성의 광폭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삼성이 전장 사업을 확대하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해 “테슬라의 수직계열화 모델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독점하며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삼성은 현대차, BMW, 아우디 등 기존 완성차 거인들에게 ‘테슬라를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쥐여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 역시 “애플이 전기차 프로젝트(타이탄)를 포기한 상황에서,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IT 기술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유일한 잠재적 위협(Major Threat)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로 급변한다. 삼성전자는 이 격변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지고 있다. “차체는 당신들이 만드십시오. 그 안을 채우고 움직이는 모든 기술은 삼성이 제공합니다.”

삼성의 2.6조 베팅은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넘어,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플랫폼 주도권’을 쥐겠다는 야심 찬 선언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