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영화 ‘만약에 우리’가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끌어모으는 동력은 결국 사람 냄새다. 그리고 그 정서의 무게중심 한가운데 배우 신정근이 있다.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10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의 흐름 속, 신정근이 연기한 ‘은호 부’는 말보다 큰 침묵으로 화면을 붙든다.

신정근이 작품에서 꺼내든 아버지는 익숙하다. 투박한 말투, 묵직한 표정, 그리고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세대의 습관.

하지만 다정한 위로 대신 툭 던지는 한마디가 더 오래 남는다. “니 마음만 안 무너지면 되는겨” 같은 문장은 설명을 줄이고 진심을 남긴다. ‘만약에 우리’가 연애 서사에 머물지 않고 가족의 결을 함께 끌어안는 이유다.

관객이 특히 반응하는 지점은 ‘아들의 인연까지 품는 어른’의 태도다.

신정근은 은호의 옛 연인 정원을 대할 때도 과장된 친절을 쌓지 않는다. 다만 밥을 내주고, 자리를 내주고, 필요한 순간에만 눈을 맞춘다.

영화는 진행내내 커다란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아버지의 몸에 새겨진 시간으로 감정을 축적한다. 쇠약해져 가는 기색을 숨기고, 자식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는 뒷모습을 길게 남긴다.

그 시선에서 관객은 ‘우리 집’의 기억을 자기 안에서 꺼내게 된다. 이런 정서적 흡인력은 높은 관객만족도 등 지표로도 확인된다. 끝내 관객을 심장을 건드리는건 아버지의 말 없는 선택들이다.

한편 신정근은 1987년 극단 ‘하나’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1997년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복수는 나의 것, 황산벌, 왕의남자,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강철비2, 외계+인 1,2부 등에서 명품연기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쌓았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