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힘이 잔뜩 들어간 헤어스타일, 육중해진 등과 두툼해진 턱선. 독립을 위해 앙상한 뼈만 남겼던 투사는 온데간데없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부와 권력을 향한 비릿한 욕망이다. 배우 현빈이 13kg의 살과 근육을 덧입혀 권력에 미친 야수로 다시 태어났다.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중앙정보부(중정) 백기태 과장은 탐욕의 덩어리다. 국가 시스템에 회의를 느낀 후 강해지고자 하는 욕망으로 부와 권력을 탐하는 인물이다. 야만의 시대를 관통하는 탐욕, 그 정점에 백기태가 있다. 안중근을 표현하기 위해 근육을 다 뺐던 현빈은 얼굴부터 갈아끼웠다.

현빈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하얼빈’ 때는 감독님이 근육을 다 없애달라고 해서 1년 내내 운동을 안 했다. 안중근 의사의 삶이 처절하니까. 백기태는 정반대다. 중정의 위압감과 백기태의 칼 같은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몸을 키웠다. 촬영 전 급하게 운동을 시작해 13~14kg을 증량했다. 어느 순간 수트 핏이 몸에 감기면서 ‘아, 이게 백기태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변신은 적중했다. 첫 회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K-제임스본드’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어디 하나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단정함 속에 꿈틀거리는 야수성을 창조했다. 그 토대 위에서 백기태는 악을 서슴지 않는다. 애국이란 명분을 앞세워 마약을 만들어 일본에 팔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겉만 보면 애국이지만, 올바름 따윈 없다. 그 안에서 떨어지는 ‘떡고물’도 몽땅 챙기려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을 어떻게든 이해하려 했다.
“저는 단 한 번도 ‘악역’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물론 나쁜 놈이죠. 잘못된 행동을 하고요. 하지만 부와 권력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그의 직진 본능에 묘하게 끌렸어요. 어딘가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가는데 하지만 불편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적지 않은 분이 백기태를 욕하면서도 응원하더라고요. ‘백기태 지지자’라는 수식어도 있어요. 아마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요?”

우민호 감독과 연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벌써 4년째 겨울을 함께 보내고 있다. 우 감독은 집요하게 장면을 빌드업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모든 배우가 우 감독의 집요함이 유독 특별한 현장이라고 했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거나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보면 항상 감독님의 판단이 옳았어요. 이제는 불확실성이 확신으로 바뀐 거죠. 감독님이 ‘이렇게 하자’고 하면 믿고 따랐어요. 아닌 건 기가 막히게 아시는 분이에요. 덕분에 작품이 더 멋있어진 것 같아요.“
시즌1은 악의 축 백기태의 승리로 끝난다. 권력을 향한 질주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은 모두 처단했다. 시즌2는 더 깊어진다.

“시즌1 촬영을 마치고 시즌2를 준비하면서 기대가 더 커졌어요. 시즌2의 백기태는 시즌1과는 또 다른 지점을 찾아내야 해서 고민이 많았어요. 시즌1이 야망을 향해 질주하는 과정이었다면, 시즌2는 감정의 깊이나 폭이 훨씬 더 커져요. 그 변화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부던히 애쓰고 있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