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에서 싹튼 우정, 이제는 ‘KBO 동료’로
“친구니까 무조건 이겨야죠”
대만 현지도 주목한 ‘사직 아이돌’
그리고 못다 한 국대 이야기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왕옌청이 한화에 온다고 해서 곧바로 축하한다고 연락했었다. 이미 ‘맞팔’한 사이다.”
3년 전 중국 항저우에서 시작된 우정. 두 선수가 KBO리그 무대에서 재회한다. 롯데의 간판타자 윤동희(23)와 한화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왕옌청(25) 얘기다.
두 선수의 인연은 지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표팀의 핵심 타자로 활약했던 윤동희는 대만 마운드의 주축이었던 왕옌청과 승부를 겨루며 유대감을 쌓았다. 언어는 달라도 ‘야구’라는 공통분모가 두 젊은 피를 묶어준 셈이다.

대만 타이난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윤동희는 “아시안게임 때부터 친해져서 가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이번에 한화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친구인데, 이제 한국에서 같이 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밥 한 끼 꼭 사고 싶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두 선수는 이번 롯데의 대만 캠프 기간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윤동희는 “대만에 들어왔을 때 근처에 있으면 얼굴 한번 보자고 연락을 주고받았다”며 국경을 넘은 ‘짱친’의 면모를 보였다.
친분은 친분이고, 승부는 승부다. 윤동희는 왕옌청과 맞대결에 관해 묻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그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원래 친한 사이일수록 승부에서 지면 안 된다. 나중에 밥 먹을 때 그 얘기만 할 게 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윤동희의 인기는 현지에서도 뜨겁다. 타이난 캠프장에는 대만 현지 매체 기자가 찾아와 윤동희를 인터뷰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만이 가장 경계해야 할 한국 선수’를 묻는 말에 윤동희는 망설임 없이 친구 박영현(KT)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초중고 동창은 아니지만, 그만큼 친한 친구다. 속구 무브먼트가 워낙 좋아 ‘제2의 오승환’이라 불릴 정도다. 대만 타자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친구 자랑에 열을 올렸다. 이어 “대만과 한국 모두 강팀인 만큼, 서로 잘 준비해서 멋진 승부를 펼쳤으면 좋겠다”는 성숙한 답변을 덧붙였다.

다만, 이번 대표팀 차출 불발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봤다. 그는 “지난시즌 부상으로 경기 수가 적었고, 쟁쟁한 외야수 선배님들보다 성적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연속해서 태극마크를 달다 이번에 못 가게 된 것은 충분한 자극제가 됐다. 그래서 올겨울 더 독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