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K리그2(2부) 구단이라고 ‘호구’는 아니다.
FC서울은 오는 17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8라운드를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K리그2 서울 이랜드의 홈구장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치른다.
서울은 지난 7일 목동종합운동장 사용을 발표하며 ‘(지난해 말) 코리아컵과 ACLE 6라운드 경기 후 잔디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잔디 동결로 인한 선수단 부상, 관중 안전 문제 등 이유로 서울월드컵경기장 대관이 불가하다. 목동운동장에서 홈경기를 개최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서울특별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목동 사업과, 서울 이랜드 구단, 팬께도 송구한 마음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다”고 설명했다.
도화선이 된 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멜버른 시티(호주)전 역시 잔디 관리를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에도 난색을 보이면서 목동행이 추진됐다.
서울 이랜드에 양해를 구했다고 하나 사실상 통보에 가깝다. 서울 이랜드도 처음엔 ‘난색’을 표했으나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목동종합운동장을 내줘야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목동종합운동장 실사를 진행했다. 조도, 전광판, 선수 및 심판 대기 공간 등 일부 시설이 AFC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행하게 됐다.
서울 이랜드도 지난해 11월27일 성남FC와 플레이오프(PO) 무대를 치렀다. 잔디 관리가 필요한 건 K리그 어느 구단도 마찬가지다. 이번 겨울은 유독 기온이 낮고 기간이 길다.
더욱이 서울은 잔디 문제로 K리그 홈 첫 경기가 내달 22일 광주FC전이다. 반면 서울 이랜드의 홈 개막전은 내달 7일 경남FC전으로 더 이르다.

서울 이랜드는 졸지에 홈 개막전을 3주가량 앞두고 심지어 타 구단의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3주라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겨울철 잔디 보식이 완벽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 경기 하루 전 공식 훈련을 위해서도 목동종합운동장을 열어줘야 하고, 기자회견도 진행해야 한다.
서울 이랜드는 이번 사안에 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야말로 ‘속앓이’다. 서울도 새 시즌 홈 첫 경기를 사실상 원정 경기로 치르게 됐다. 구단 관계자가 목동종합운동장을 방문해 점검하고 동선을 새롭게 짜야하는 행정, 인력 낭비인 셈이다.
K리그 복수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부 구단이라고 해서 홈구장을 양보해야 한다는 규정도 의무도 없다. beom2@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