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금2·은3·동2’ 수확
김길리, 여자 1500m·3000m 계주 ‘2관왕’
막내 임종언도 ‘은1·동1’로 성과
세대교체 성공한 쇼트트랙…4년 뒤 기대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불안하게 출발했다. 끝은 뜨거웠다. 메달 ‘텃밭’ 대한민국 쇼트트랙 얘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획득한 메달 10개 가운데 7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수확했다. 전체 메달의 70%다. 변함없는 ‘효자 종목’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첫 메달을 기대했던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김길리가 미국의 코린 스토다드와 충돌해 넘어지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 500m에서도 메달을 놓쳤고, 남자 1000m와 1500m에서도 금빛은 나오지 않았다. 대회 전 “금메달 2개도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있었다. 현실이 되는 듯했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반전의 중심에 김길리가 있었다. 여자 1000m 동메달로 물꼬를 튼 그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선배들과 함께 짜릿한 역전 우승을 합작했다.
마지막 날 여자 1500m에서는 ‘우상’ 최민정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선수단 유일한 멀티 금메달이다. 혼성계주 불운, 500m 조기 탈락의 아픔을 딛고 얻은 값진 결과다.
김길리는 “차세대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큼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부에서는 ‘막내’ 임종언이 새로운 에이스 등장을 알렸다. 남자 1000m 동메달, 5000m 계주 은메달을 따내며 첫 올림픽에서 두 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성장 가능성을 또렷하게 남겼다. 황대헌도 1500m 은메달을 따내며 중심을 잡았다.
베테랑의 유종의 미도 빛났다. 최민정은 여자 1500m 은메달과 3000m 계주 금메달을 더해 개인 통산 7번째 올림픽 메달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 올림픽 은퇴를 선언하며 시대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

최민정은 “김길리가 내 뒤를 이을 거라 한결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길리에게 에이스 칭호를 물려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과제도 분명하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남녀 3관왕·2관왕을 배출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캐나다 이탈리아 중국도 강했다. 후반 스퍼트에 기대는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 초반 자리싸움과 체력 경쟁에서 밀리면 회복이 쉽지 않다.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이 초반부터 속도를 끌어올리며 주도권을 쥐는 흐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분명 긍정적인 신호를 남겼다. 김길리·임종언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된다. 신구 조화 속에 메달 7개 쓸어 담았다. 어두운 전망을 실력으로 뒤집었다. 한국 쇼트트랙이 여전히 세계 정상권에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