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밀라노 동계올림픽 ‘金1·銀1·銅1’ 수확

18세 소녀들과 37세 베테랑, 설상 새 지평 열다

‘빙상 강국’에 이어 설상 종목 가능성 확인

훈련 환경 개선 등 동계 스포츠 강국 도약 기회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대한민국 동계스포츠를 설명하는 단어는 늘 ‘빙상’이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이 메달을 책임졌다. 설상은 도전의 영역에 머물렀다. 밀라노에서는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설상이 터졌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스노보드 설상 종목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수확했다. 빙상에 쏠렸던 시선을 설원으로 확장시킨 상징적인 성과다. ‘우연’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가장 빛난 순간은 최가온의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이다. 1,2차 시기에서 연달아 넘어지고 들것이 대기할 정도의 위기 상황을 겪었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90.25점을 받아 정상에 섰다. 한국 설상 사상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다. 그것도 17세 3개월의 나이로 세운 최연소 기록이었다. 특히 ‘롤 모델’ 클로이 김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는 점이 상징적이다. 이변이 아니라 실력이다.

여자 빅에어의 유승은도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 발목과 손목 골절을 딛고 이번시즌 월드컵 첫 입상에 성공했다. 올림픽 동메달까지 따내며 여자 스노보드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슬로프스타일에서는 메달을 놓쳤지만, 예선 3위로 결선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37세 베테랑 김상겸이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더했다. 세대 구도가 분명했다. 10대 선수들이 패기와 기술로 판을 흔든다. 베테랑은 경험으로 결과를 만들었다. 특정 스타의 반짝 성과가 아니다. 구조적인 성장의 신호로 읽힌다.

숙제도 분명하다. 설상 종목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면 안 된다.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금메달 획득 후 최가온은 “한국에는 하프파이프가 하나뿐이고 완벽하지 않다”며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일본은 여름에도 점프와 회전을 연습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을 10곳 이상 운영한다. 장기적인 투자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이 스노보드 금메달 4개를 포함해 다수의 메달을 쓸어 담은 배경에는 인프라가 있다.

고난도 점프와 회전이 핵심인 종목. 비시즌 훈련 환경이 곧 경쟁력이다. 국내에는 여름에도 공중 동작을 연습할 수 있는 전용 에어매트 시설이 전무하다. 설상 종목이 꽃을 제대로 피우려면 기술 개발에 더해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밀라노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더 이상 빙상이 전부가 아니다. 설상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이 흐름을 시스템으로 고착화해야 한다. 진정한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인 셈이다.

빙판 위에서 시작된 역사가 이제 설원으로 확장됐다. 장기 투자와 훈련 환경 개선,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등 이제 그 가능성을 지속시켜야 할 시간이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