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제창 때 전원 기립 오릭스 팬들
정치적, 과거사 떠나…이 한 장면만큼은
스포츠 가치 일깨웠다

[스포츠서울 | 오사카=박연준 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고 한일전의 역사는 깊다. 숙적이라 부를 정도다. 스포츠 정신은 그 모든 것을 초월했다. 오사카 교세라돔을 가득 메운 일본 야구팬들이 대한민국 애국가를 향해 보여준 품격 있는 예우가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오릭스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평가전을 치른다.
경기에 앞서 양국의 국가 연주가 진행됐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에 앞서 대한민국 애국가가 먼저 교세라돔에 울려 퍼졌다. 이때 이례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원정팀의 국가가 연주되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일본 오릭스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릭스 팬들은 애국가가 흐르는 동안 두 손을 정중히 모으거나 모자를 벗어 가슴에 대는 등 대한민국 대표팀에 대한 깊은 존중의 뜻을 표했다. 평소 ‘숙적’이라 불리며 치열하게 부딪히는 양국 관계와 역사적 맥락을 잠시 내려놓고,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과 상대 국가에 대한 최고의 예의를 갖춘 순간이다.
이날 오사카 팬들이 보여준 모습은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정치적 갈등과 과거사를 떠나, 야구라는 공통의 언어 아래 상대국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볼 수 있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