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오랜 시간 침체를 겪었던 공개 코미디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KBS2 ‘개그콘서트’ 이야기다.
최근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3%대를 넘기며 반등의 신호를 보였다. 공개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방송 환경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의미 있는 결과다. 온라인 성과는 더 확실하다. 공식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방송 재개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룬 기록이다. 방송 이후 코너별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며 조회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TV 본방과 유튜브 클립을 동시에 소비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프로그램의 존재감도 점차 커지는 흐름이다. 코너 구성 역시 변화를 시도했다. 긴 설정을 이어가는 방식 대신 짧고 빠른 호흡의 아이디어 중심 코너를 늘렸다. 모바일 시청 환경에 맞춰 리듬을 빠르게 가져간 전략이다.
신인 개그맨들도 전면에 배치됐다. 공채 33기와 34기 개그맨들이 중심이 되고, 박준형·박영진·김기열 같은 선배 코미디언들이 합류하며 세대 간 조합을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스핀오프 성과로도 이어졌다. ‘소통왕 말자 할매’ 코너를 확장한 프로그램 ‘말자쇼’는 별도 방송으로 제작돼 의미 있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개그콘서트’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브랜드로 다시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시청률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고, 온라인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프로그램이 가장 필요로 하는 ‘안정된 자리’는 여전히 확보되지 못한 모습이다.

문제는 편성이다. 올해 들어 ‘개그콘서트’는 방송 시간을 여러 차례 옮겼다. 1월 초부터 2월 말까지는 일요일 오후 10시 35분에 방송됐다. 이후 3월 1일 방송에서는 오후 9시 20분으로 앞당겨졌다.
하지만 이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일주일 뒤인 8일부터는 다시 오후 10시 40분으로 밀렸다. 한 달 사이 방송 시간이 크게 흔들린 셈이다.
프로그램 입장에서 편성 시간은 시청자와 맺는 약속에 가깝다. 특히 공개 코미디는 고정 시청층이 중요한 장르다. 가족 단위 시청이 많은 프로그램 특성상 늦은 시간대는 분명 불리하다. 어린 시청자와 중장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반복되는 변동이다.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언제 봐야 하는지 익숙해질 틈이 없다면 시청 패턴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다. 실제로 ‘개그콘서트’는 편성 이동이 있을 때마다 시청률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상승세가 만들어지는 시점마다 편성 변화가 이어지면서 흐름이 끊기는 모양새다.
공채 개그맨의 등용문이자 한국 공개 코미디의 상징이었던 프로그램이다. 장기간 공백을 거쳐 부활한 뒤에도 꾸준히 포맷을 변화시키며 생존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잦은 편성 이동은 프로그램이 쌓아온 흐름을 스스로 흔드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최근 방송 환경에서 지상파 예능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약해졌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청자들의 선택지도 크게 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개그콘서트’처럼 일정한 반등 신호를 보이는 콘텐츠라면 오히려 안정적인 편성으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